[쿠키 사회] 내년 봄이면 서울 남산에서 졸졸 흐르는 냇물에 발을 담글 수 있게 된다.
서울시는 2010년 4월까지 남산 산책로에 총 길이 2.6㎞의 실개천을 조성한다고 8일 밝혔다. 1970년대 남산터널 건설 등 도시 개발로 메말라 버린 남산의 물길을 40년 만에 복원하겠다는 것이다.
101년전인 1908년 남산에는 계곡물이 차고 넘쳤다. 당시 신문에는 일본인들이 청계천의 물이 오염되자 남산의 계곡물을 막아 상수도로 활용했다는 기사가 실려 있다.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조선시대에는 선비들이 남산 계곡물에 갓끈을 빨기도 했다. 조선시대 지리서인 ‘동국여지승람’ 남산 8경(景) 대목을 보면 ‘남산 계곡물에 갓끈 빨기’ ‘남산의 꽃구경’ 등이 적혀 있다.
남산의 물이 마르기 시작한 건 70년대 들어서다. 70년 남산 1·2호 터널이 건설되면서 지하수위가 낮아지고, 콘크리트 배수로가 생기면서 빗물도 고이지 않고 하수구로 흘러버렸다. 여기에 남산 주변 경관도 방치돼 사람들의 발길이 점차 끊겼다.
시는 맑은 물이 흘렀던 모습을 복원하고, 주변 시설을 재정비해 남산을 사람들이 찾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실개천은 한옥마을∼북측 산책로(1.1㎞), 장충지구∼북측 산책로(1.5㎞) 2개 구간에 조성된다. 기존의 콘크리트 배수로를 정비해 물길을 복원하거나 새로운 수로를 만들어 연결하는 식이다. 시는 빗물과 계곡물 외에 지하철 지하수를 여과·살균시킨 뒤 흘려보내 물놀이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수질을 깨끗하게 유지할 계획이다. 물 공급에는 1년에 2500만원 가량 들어갈 전망이다.
실개천 주변 도로는 경관 특성에 맞게 ‘벚나무 터널길’이나 ‘개울소리길’ 등으로 꾸밀 예정이다. 실개천 주변에 잠자리, 산개구리 등이 살 수 있도록 생태계 환경도 복원하고 수변에는 무늬쑥부쟁이, 꿀풀 등 다양한 식물을 심는다. 그동안 폐허처럼 방치된 장충단공원과 유관순열사 동상 주변에도 분수, 조형연못 등을 조성한다.
송경섭 시 물관리국장은 “내년 봄이면 남산 실개천에 시민들이 발도 담그며 도심 속 휴식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백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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