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국내 경기 회복세가 예상보다 훨씬 강한데다 선진국의 경기 회복도 가시화되면서 정부의 ‘경기부양 지속’ 정책기조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여전히 경기가 다시 나빠질 위험을 거론하며 내년까지 재정 지출 확대를 통해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재의 경기 회복 강도는 정부가 우려할 정도로 허약하지 않고, 경기부양 지속시 자산거품을 키우고 재정건전성만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특히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추가 경기부양 대신 이제는 ‘안정화’에 힘써야 한다며 경기 인식과 정책 대응에서 정부와 다른 시각을 보여 주목된다.
◇미국도 “경기침체 끝났다”=국내 경기는 사실상 ‘V’자형의 견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KDI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7%를 나타낸 데 이어 내년에는 잠재성장률 수준인 4%를 회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 경제가 올해 말이면 경기 균형 수준을 넘어 팽창 단계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대외 경제여건도 호전 기미가 뚜렷해졌다. 지난 10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미국의 경기 침체가 끝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FRB가 12개 관할 지역의 7∼8월 경제동향을 분석한 결과 12곳 중 11곳의 경기가 호전되고 있거나 안정된 상태가 됐다는 것이다. 그후 미 재무부는 금융위기 상황에서 시행된 각종 특별융자와 지급보증 등 금융지원책을 단계적으로 거둬들이고 있다. 유로지역 경제도 이미 바닥을 쳤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 “추가 부양에는 신중해야” =기획재정부는 국내 경기의 견조한 흐름을 인정하면서도 돌발적인 대외 경제여건 변화 등에 대비해 우리 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을 회복할 때까지는 추가적인 경기부양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민간부문의 투자가 아직 살아나지 않는 등 민간의 자생력이 약한 만큼 당분간 재정을 통한 수요 창출이 지속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은 민간 투자가 살아나지 않는 등 정부가 우려하는 경기의 하방 위험을 인정하면서도 추가로 경기부양에 나서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송태정 우리금융지주 수석연구위원은 “국내외 경기 회복에 위험 요소가 있지만 앞으로는 재정을 확대 기조로 가져가기 보다 ‘중립’수준으로 운용하는 게 바람직할 것같다”며 “향후 돌발적인 대외 경제변수에 대한 탄력적인 대응과 장기적인 성장잠재력 유지를 위해서도 중장기적인 재정건전성을 염두에 두는 거시정책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KDI의 한 관계자는 “국내 경기 흐름 뿐아니라 미국이 ‘경기 침체 종료’를 선언하는 등 대외 여건도 크게 호전되고 있다는 점을 주시해야 한다”며 “정책당국이 ‘확실한’ 경기회복 신호를 기다리며 경기부양을 지속하다 부동산시장 거품과 재정악화 등의 함정에 빠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배병우 김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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