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이후 연일 순매수를 이어 온 외국인은 이날 코스피시장에서 무려 1조4193억원어치를 사들였다. 달러화 약세 흐름에다,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편입이 바로 다음 거래일인 21일로 닥치면서 외국인의 ‘바이코리아’가 정점에 이른 모습이다.
기관은 이를 놓치지 않고 이날 하루 동안만 1조981억여원 어치의 주식을 팔아제꼈다. 사상 최대 금액이다. 주식형펀드의 자금유출로 연일 주식을 매도해온 투신권이 이날 외국인의 강한 순매수에 맞춰 차익실현에 나선 것이다. 양측의 대결은 마감 전 동시호가에서 최고조에 이르렀다.
동시호가는 마감 전 대량 주문에 따른 가격왜곡을 최소하기 위해 10분간 우선순위 없이 주문을 받아 일괄적으로 매매를 체결하는 방식이다. 이 동시호가 10분간 외국인은 5000억원을 사들이고, 기관은 약 5000억원의 매도 물량을 쏟아냈다. 서로 고스란히 주고 받은 것이다.
이같은 줄다리기 속에 코스피 지수는 1700선 안착에 실패했다. 외국인의 강한 매수세에 1700선을 무난히 뚫었던 코스피지수는 기관 매물 폭탄에 힘을 잃고 전날보다 4.24포인트(0.25%) 오른 1699.71로 장을 마쳤다. 장중 82만원까지 치솟으며 신고가를 경신했던 삼성전자도 장 막판 기관 매물이 쏟아져나오면서 하락반전, 전날보다 4000원 떨어진 80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양 주체의 수급 대결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하지만 기관의 매수 능력이 살아나지 않는 상황에서 외국인이 돌아서는 등 균형이 깨질 경우 증시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1700선에 안착하면 기관 매도는 더 강해질 수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다음주 FTSE편입 이벤트가 끝나는 등 외국인들의 매수 모멘텀이 약해지면 증시가 숨고르기 국면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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