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기업] “장난감같다고요? 이래 봬도 홍콩서 잘 나가는 공기청정기랍니다”

[강소기업] “장난감같다고요? 이래 봬도 홍콩서 잘 나가는 공기청정기랍니다”

기사승인 2009-09-20 16:58:00

[쿠키 경제] 김우경(45) 지웰코리아 사장이 둥근 원반형의 장난감 같은 물건을 마주친 건 지난해 4월이었다. 중소기업들이 만든 신제품 소개 책자를 넘기다가 미니 공기청정기가 눈에 띄었다. 팸플릿에 소개된 공기청정기를 유심히 살펴보던 김 사장은 갸우뚱했다.

“뭔가 2% 부족한 느낌이었어요. 아이디어도 좋고 성능도 괜찮아 보이는데, 시장에 내놔도 잘 팔릴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더군요.”

당시 진공 밀폐용기 제작업체를 운영하던 김 사장은 당장 공기청정기 제조업체에 연락을 취했다. 제품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을 듣고 샘플을 몇 개 얻었다. 그리고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했다. 제품 성능과 디자인, 포장, 국내외 공기청정기 시장까지 다시 훑었다.

한달이 넘는 연구 끝에 그는 이 공기청정기의 판매를 책임지겠다고 나섰다. 제품 제조업체들은 깜짝 놀라면서도 반신반의했다. 매년 1만개 정도의 재고가 쌓여가던 제품이었기 때문이다.

김 사장이 이달까지 1년 4개월 만에 해외시장에서 팔아치운 공기청정기 매출액은 70여만달러. 이미 계약된 액수까지 포함하면 500만달러(홍콩·중국)에 달한다. 지웰코리아는 내년에만 100억원(약 820만달러)의 매출 목표를 잡았다.

지난 19일 오전 지웰코리아 본사가 위치한 경기도 안산 한양대학교 내 창업보육센터. 직원 4명과 함께 근무 중이던 김 사장은 부시시한 모습이었다. 그는 전날 회사에서 잠을 잤다고 했다.

“미국 바이어와 제품 계약업무를 진행 중인데, 곧바로 대응을 해야 하잖아요. 이럴 때는 집보다 회사가 지내는 게 편합니다.”

그는 지웰코리아의 성장 비결을 마케팅의 힘에서 찾았다.

많은 국내 중소기업 제품들은 기술과 가격 면에서 경쟁력을 지니고 있지만 ‘어떻게 파느냐’에 있어서는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는 게 김 사장의 생각이다. 그는 미니 공기청정기를 처음 봤을때 포장 박스부터 유심히 살폈다. “누구를 대상으로 한 제품인지, 제품의 효과가 얼마나 되는지 한 눈에 들어오지 않더군요. 저라도 별로 사고 싶은 마음이 안 들더라구요.”

지웰코리아는 공기청정기 판매를 앞두고 소비층 타깃을 바꿨다. 소형 제품 특성상 좁은 공간에서 사용하기에 간편한 제품이라는 점, 청정 공기가 가장 필요한 대상이 누구일까에 주안점을 뒀다. 결론적으로 세계적인 고밀도 주거지역인 홍콩을 제품 판매지역으로 정했고 주 타깃으로 ‘영유아’를 꼽았다.

특히 포장 박스에는 편안하게 잠을 청하고 있는 어린아이의 사진을 집어넣었다. 한국기계연구원에 테스트를 의뢰해 톨루엔과 벤젠, 담배연기, 각종 바이러스 등 각종 유해 물질을 잡아낼 수 있다는 제품의 성능을 각각 수치로 표시했다. 그리고 나서 해외 바이어를 대상으로 제품에 대한 문제점을 찾아내게 하고 몇 번의 보완과정도 거쳤다.

지난해 홍콩 시장에 첫 선을 보인 미니 공기청정기는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필터 제조업체와 제품용기(금형) 제작 업체는 갑자기 일감이 넘쳐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다. 판매회사와 제작회사 모두 ‘윈-윈’한 셈이다.

지웰코리아를 만들기 전 15년 동안 대기업과 벤처기업에서 산전수전을 겪은 김 사장이 중소기업을 향해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경쟁이 치열한 소비재 시장에서는 치밀한 시장조사와 현지화 전략이 중요합니다. 차별적인 마케팅만이 제품 인지도와 점유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안산=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박재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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