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는 21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의 추궁에 "몰랐다" "의원님, 제 말씀 좀…"이라는 말을 연발하며 곤혹스러워했다. 야당 의원들은 각종 의혹을 무기 삼아 정 후보자를 정조준한 반면, 한나라당 측은 감싸고 두둔했다.
정 후보자는 인터넷 서점 '예스24'가 사이버 강의하는 것을 몰랐느냐는 민주당 최재성 의원의 질의에 "전혀 몰랐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정 후보자는 병역 기피 의혹에 대한 질의에서도 "미 공문서 작성이 처음이라 몰랐다" "(그때 장인이 병무국장인지) 잘 몰랐다"고 했다. 민주당 백원우 의원이 "병역 면제 사유가 뭐냐"고 물고 늘어지자 "제 말씀 좀…"이라며 말을 가로챘다. 정 후보자가 여러 차례 의원들의 말을 끊자 한나라당 소속 정의화 인사청문위원장이 "질의 중간에 발언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병역 면제가 장인과 관련 있을 수 있다는 민주당 김종률 의원의 발언에 대해 정 후보자는 "(고인이 된) 장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말씀은 자제해달라. 사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고 발끈했다.
백 의원이 "총리실에서 곧 공무원들이 추석 떡값을 받지 않는지 감찰을 할 텐데, 이때 '형제처럼 지내는 분에게 소액인 1000만원을 받았다'고 하는 공무원이 나오면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다. 정 후보자가 모자 업체 Y사로부터 1000만원 수수한 것을 언급하면서 '소액'이라고 표현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 정 후보자는 "Y사 백모 회장이 내게 1000만원을 주면서 '소액인데 보태 쓰라'고 했는데 그게 잘못 옮겨져 내가 말한 것처럼 됐다"고 해명했다.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은 정 후보자에게 질의를 하는 대신에 병역 관련해 해명하도록 5분을 줬다. 이에 김종률 의원은 "(질의시간) 통째로 해명 기회를 주는 것은 인사청문회법 위반"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한나라당 정옥임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은 국화빵 장사를 했고 정 후보자 모친은 삯바느질을 하시면서 오늘날을 만드셨다"며 장황하게 정 후보자를 칭찬하다 야당 측의 야유를 받았다.
한나라당 정희수 의원은 민주당 강운태 의원이 정 후보자의 수입보다 지출이 3억원 가량 많은 데 대해 여러차례 소명을 요구하자, "강 의원이 같은 질의를 하루종일 계속하고 있다. 총리실이 소명을 잘못하겠으면 내게 가져오라. 내가 정리해주겠다"고 나서 강 의원과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정 후보자는 총리직 수락 배경을 묻는 정옥임 의원의 질의에 "이 대통령을 만났을 때 '정 교수도 서민 출신이고 나도 서민 출신인데, 서민 위하는 일 좀 합시다'고 하셨다"고 털어놨다. 정 후보자는 모두발언에서 "총리로 임명되면 대통령에게도 할 말은 할 것이며, 국민 여러분에게도 요구할 것은 요구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