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기업 생존 좌우하는 키워드로 부상

‘나눔’…기업 생존 좌우하는 키워드로 부상

기사승인 2009-09-22 17:46:00
[쿠키 경제]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속담을 따른다면 올해 세계 경제위기로 경영환경이 나빠진 기업들의 인심이 박해지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실제 기업들은 기부금 등 사회공헌 활동을 크게 줄이지 않는 분위기다. ‘나눔 경영’이 기업의 장기적 생존을 좌우하는 핵심 정책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23일 주요 기업들의 반기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상반기 기부금 실적은 경기 침체 영향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평균 10∼20% 줄었다. 그러나 불우이웃돕기가 연말에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것을 감안하면 상반기 감소 부분이 하반기에 만회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는 것도 희소식이다.

대기업 관계자는 “연초 계획했던 사회공헌 활동을 하반기에 시행할 예정이어서 연간 기부금 총액은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도 87.3%의 기업이 “경기가 나빠지더라도 사회공헌 활동을 확대하거나 현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답했다.

이제 기업들은 이윤추구와 사회공헌을 모두 충족시켜야 살아남을 수 있게 됐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장기적 투자나 다름 없는 ‘나눔’에 몰두함으로써 경쟁력을 얻는다.

최근 전경련이 성인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의 78%가 “가격이 비싸더라도 사회공헌을 잘 이행하는 기업의 제품을 구입할 생각이 있다”고 답했다. 2007년 조사에선 78.2%가 “같은 값이면 사회공헌 기업의 제품을 사겠다”고 했고 8.8%만이 “조금 비싸더라도 사회공헌 기업 제품을 구매하겠다”고 답했었다. 소비자들도 기업 사회공헌을 좀 더 적극적으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홍콩 이공대학 브랜드경영 아시아센터의 소비자 인식 조사에선 사회공헌을 열심히 하는 기업군의 브랜드 신뢰도, 선호도, 충성도가 그렇지 않은 기업군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특히 두 기업군의 브랜드 신뢰도는 7점 만점에 1점이나 차이가 났다. 사회공헌이 곧 적극적인 브랜드 마케팅 활동인 셈이다.

사회공헌 형태는 단순 기부에 머물지 않고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SK와 현대·기아차 등은 최근 사회적 기업 육성책을 발표했다. 사회적 기업이란 취약 계층에 서비스나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회적 목적을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기업을 뜻한다.

SK는 올해 100억원 등 2011년까지 500억원대 기금을 조성하고 사회적 기업 웹사이트를 개설, 대대적인 지원 캠페인을 벌이기로 했다. 현대·기아차는 노인과 장애인 지원 사업을 하는 사회적 기업 ‘안심생활’의 지점을 대폭 늘려 고용 규모를 800명까지 늘리기로 했다. 또 매년 20억원 규모의 육성 기금을 조성해 2012년까지 자동차 관련 사회적 기업 2개를 신설할 계획이다.

자사 사업과 연관성이 높은 분야에서 나눔을 실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KT는 ‘정보기술(IT) 서포터즈’를 통해 정보 소외계층에 IT 교육을 해오고 있다. 올해부터는 다문화 가정으로 나눔의 폭을 넓혔다. 현대산업개발은 경기도 수원시 권선동의 아이파크시티 부지 가운데 43%를 도시기반시설로 조성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타지키스탄 캄보디아 베트남 필리핀 라오스 등의 물 부족 지역에 우물을 만들어줬다.

수공처럼 나눔의 손길을 해외로 뻗는 기업도 많다. 삼성은 미국에서 ‘희망의 사계절’이라는 자선모금행사를, 중국에선 농촌 자매결연사업 ‘일심일촌’을 운영 중이다. 한국가스공사는 베트남 동티모르 미얀마 등지에서 의료봉사나 후원 및 모금 활동을 펼쳤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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