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효성이 하이닉스반도체를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1999년 반도체 빅딜로 현대전자가 LG반도체를 흡수 합병하면서 탄생한 하이닉스가 10년 만에 새 주인을 찾게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격조건이 맞지 않으면 언제든 협상이 깨질 수 있어 효성이 하이닉스를 품을지는 알 수 없고, 설사 인수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득(得)이 될지 독(毒)이 될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하이닉스 주식관리협의회 주관기관인 외환은행은 22일 하이닉스 인수의향서(LOI) 접수를 마감한 결과 효성이 유일하게 LOI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당초 4∼5개 업체가 하이닉스 인수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 지원한 기업은 효성 한곳에 그쳤다.
주주단은 효성을 대상으로 실사와 예비입찰, 본입찰을 거친 뒤 11월 말까지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매각대상 주식은 하이닉스 총 주식의 28.07%에 해당하는 약 1억6548만주로 22일 종가기준(2만2050원)으로 순수 매각대금은 3조6500억원 정도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하면 4조원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효성 외에 거론되던 대기업들은 경기 부침이 심하고 막대한 설비투자가 요구되는 반도체 산업 특성과 4조원에 달하는 인수 대금 부담 때문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또 현대건설, 대우조선 등 다른 대형 매물을 인수하기 위해 빠졌을 가능성도 크다.
하이닉스는 세계 2위 메모리반도체 기업이라는 매력적인 타이틀을 가졌지만 덩치에 비해 실익이 적다는 평가로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계륵과 같은 존재였다. 이 때문에 효성의 하이닉스 인수를 모험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반도체 업황은 변동이 심하기 때문에 자칫 그룹 자체가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 물론 인수가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세계 경기가 회복기에 접어들어 반도체 가격과 수요가 살아난다면 효성의 위상은 크게 높아진다. 또한 섬유사업으로 출발해 중공업 화학 건설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혀온 효성의 사업다각화도 탄력을 받게 된다.
재계 일각에서는 고 조홍제 효성 창업주가 삼성과 동업했다가 갈라선 인연 때문에 조석래 회장이 삼성의 경쟁력의 근간인 반도체에 의욕을 보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자산총액 8조4240억원으로 재계 서열 30위권인 효성은 하이닉스를 인수한다면 합산 자산이 21조9000억원대로 재계 10위권 중반으로 도약하게 된다.
하이닉스 주주단은 합리적인 가격에 매각이 성사되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단독 참여에 따른 헐값 매각 우려와 함께 효성의 자금 조달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효성은 가용한 현금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재무적 투자자와 컨소시엄을 이뤄 인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효성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LOI를 제출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효성이 하이닉스 인수전에 단독으로 뛰어든 것에 대해 시장은 의외라는 반응이다. 사업 연관성이 적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고 효성의 자금력도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효성 측은 "인수 가능성을 검토한다는 의미일 뿐 인수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면서 "자금 조달 계획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할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천지우 강준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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