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옴부즈맨(Ombudsman)의 역사는 200년이나 된다. 1809년 스웨덴에서 시작된 옴부즈맨은 국가 행정의 부당한 업무에 의해 침해받은 시민의 권리를 구제하는 제도로 ‘호민관’으로 번역된다. 1994년 설치된 국민고충처리위원회는 한국판 옴부즈맨의 시작으로 꼽힌다. 고충처리위는 청렴위원회, 행정심판위원회 등과 함께 2008년 국민권익위원회로 통합됐다.
그러나 15년 역사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옴부즈맨이라는 용어조차 낯선 게 사실이다. 옴부즈맨 관련 연구나 책도 전무하다. 급기야 권익위의 젊은 사무관들이 스스로 공부에 나섰다. 지난 4월 권익위 내 공부모임인 ‘옴부즈맨연구회’가 조직된 것이다.
이들에게 공부를 해보지 않겠느냐고 바람을 넣은 이는 권익위의 최고참 이재충(56·사진 오른쪽) 상임위원이다. 11층 이 상임위원의 방은 매주 목요일 점심시간이면 세미나룸으로 변한다. 20∼30대 사무관들이 모여들어 책을 읽고 토론을 벌인다. 공부한 내용은 묶여서 책으로 낼 예정이다. 공부가 끝나면 지하 식당으로 내려가 늦은 점심을 먹는다. 연구회에 참여하는 박중근 사무관은 “상임위원이라면 우리 같은 젊은 공무원들이 말 한 마디 붙이기 어려운 자리”라며 “상임위원이 먼저 공부를 하자고 제안해서 무척 놀랐다”고 말했다.
30여년 공무원 생활을 해온 이 상임위원은 어디에서 일하든 공부모임을 조직했다. 2002년 정부기록보존소 소장으로 근무할 때는 미국 국립문서기록보관소(NARA)에서 퇴임한 소장을 초청, 6주간 매일 오전에 강의를 하도록 했다. 내부부 자원봉사과장을 할 때도 자원봉사 관련 전문가들을 불러 정기적으로 초청강연을 가졌다. 이 상임위원은 “공부를 하고 나면 직원들이 업무에 자신감을 가진다”며 “같은 일을 하더라도 학문적 뒷받침을 가지고 하면 일의 심도(深度)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전문용어를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무원들이 외국에서는 어떻게 하는 지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선진 서비스가 가능해 집니다. 세계의 흐름을 알고 이해하려면 무엇보다 용어, 즉 터미놀로지(terminology)를 모르면 안 됩니다. ‘신청’이 영어로 뭐냐, ‘고충민원’이 뭐냐, ‘인용’이 뭐냐, 그런 게 터득이 안 되면 연구도 안 되고 세계와 대화할 수도 없습니다.”
이 상임위원은 내무부에서 과장과 국장 자리를 두루 거쳤고, 충청북도 행정부지사를 지냈다. 내년이면 권익위 임기도 끝난다. 그런 그가 원서를 뒤적이면서 옴부즈맨의 역사부터 조사기법, 미디어 대응법 등을 공부하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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