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점유율 70% ‘인피니트헬스케어’…“글로벌 100대 기업을 향해”

시장 점유율 70% ‘인피니트헬스케어’…“글로벌 100대 기업을 향해”

기사승인 2009-09-27 16:40:00

[쿠키 경제] 예전엔 병원에서 X레이를 찍으면 진료실 앞에 앉아 사진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촬영 순서대로 앉은 환자 사이로 간호사가 누런 봉투에 담긴 X레이 사진을 들고 지나가던 광경은 1990년대 말부터 차츰 사라졌다. X레이, 자기공명촬영(MRI), 컴퓨터단층촬영(CT) 등을 디지털화해 바로 의사 컴퓨터에 전송하는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은 1999년 정부의 IT 진흥 정책에 따라 의료보험이 적용되며 급속히 확산됐다.

현재 전국 병원급 의료기관 1450곳 가운데 900여곳이 PACS를 갖췄고, 이 중 610곳은 인피니트헬스케어 제품을 쓴다. 시장 점유율 70%. 세계 1위 PACS 공급 업체인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GE)도 국내에선 맥을 못춘다. 독일 아그파는 아예 한국 시장에서 손을 들고 철수키로 했다. 이선주(56) 인피니트 대표는 “인피니트와 안철수연구소 중 누가 먼저 글로벌 100대 패키지 소프트웨어 기업에 드는지 내기할까요?”라고 했다.

회사 성장 과정을 묻자 이 대표는 “처절했다”고 표현했다. 인피니트는 1997년 ‘메디페이스’란 이름으로 PACS 분야에 뛰어들었다. 공식 회사 설립 전인 94년부터 PACS를 개발해 온 터라 기술 경쟁력은 일찌감치 확보했으나 99년 PACS에 의료보험이 적용되자 경쟁업체가 잔뜩 생겼다. 삼성 현대 등 대기업도 뛰어들었다. 2002년 3차원 솔루션 업체와 합병하며 지금의 사명으로 바꾸고 덩치를 키웠지만 작은 시장에 20여개 업체가 달려 드니 판매 가격은 제조원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 대표는 “2004∼2005년 가격파괴 싸움이 제일 힘들었다”고 말한다. 2001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증을 취득하고, 2003∼2004년 중국 대만 일본에 진출하며 해외 수출을 막 시작한 때였다. 해외 시장을 뚫기 위해 연구개발을 강화해야 하는데 버팀목이어야 할 국내 시장에서 출혈 경쟁이 벌어진 것이다. 2년 이상 계속된 가격 싸움에 많은 업체가 망하거나 손을 뗐고 인피니트는 1, 2위를 다투던 경쟁사를 흡수하며 해외 시장에 ‘올인’할 수 있게 됐다.

비좁은 국내 시장과 달리 외국 시장은 기술력에 걸맞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PACS는 미국 유럽 일본 등지의 대형 병원을 상대하는 선진국형 아이템이라 한국 중소기업이 비집고 들어갈 틈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이 대표가 찾은 해법은 서비스다. 국내에서 여러 해 동안 수많은 업체와 치열하게 경쟁하며 얻은 노하우를 활용한 것이다. 외국 병원보다 훨씬 복잡한 요구사항을 내놓고 빠른 서비스와 싼 가격을 주문한다.

국내 병원에서 단련된 ‘체력’을 토대로 외국 병원들을 찾아다니며 시제품을 무료로 제공하고 때때로 ‘자문료’까지 얹어주며 써보게 했더니 “불편 사항에 대한 조치가 기존 PACS보다 빠르다”는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지금은 해외 24개국 700여개 병원에서 인피니트 PACS와 RIS(방사선과 업무 전산화 프로그램), CIS(중환자실 정보 관리 프로그램) 등을 사용하고 있다.

미국 일본 대만 중국 법인에 이어 이달 초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유럽 법인을 세웠다. 내년 초엔 동남아 법인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문을 연다. 현재 1.5%인 세계 PACS 시장 점유율을 2014년 3%로 늘릴 계획이다. 3%를 넘어서면 글로벌 5위로 올라선다.

이 대표는 “GE 아그파 지멘스 등 메이저 업체보다 브랜드 파워나 조직력은 비교할 수 없이 떨어지지만 제품 기술력은 차이가 없고 서비스는 오히려 우리가 강하다”고 했다. 또 “길게 보고 경영한 게 비결”이라며 “연구개발 투자와 서비스를 대충했다면 당장 이익은 많이 남았겠지만 지금처럼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라고 술회했다.

인피니트는 연구개발 인력이 85명이다. 한국 본사 인원(220명)의 40%다. 카이스트 박사 출신과 방사선과 의사도 포함돼 있지만 중소기업이어서 학벌 좋은 사람을 많이 뽑기가 어렵다고 한다. 이 대표는 “대기업에 핵심 인력을 빼앗기기도 하지만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탁월한 성과를 내는 게 우리 회사의 가장 큰 자랑거리”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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