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부생아신(父生我身·아버님 날 나으시고)하시고, 모국아신(母鞠我身·어머님 날 기르셨도다)이로다.”
지리산 청학동 서당에서나 들을 법한 사자소학(四字小學) 읽는 소리를 경기도 파주의 한 대안학교에서 들을 수 있어 화제다.
글을 가르치는 이는 남정민 훈장(36). 지난해까지만해도 전북 정읍의 덕화강학당에서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치다가 대안학교인 파주자유학교로 자리를 옮긴지 이제 1년이 다 돼간다. 그는 정읍에서 나고 자라며 서당교육을 받았고 고려대학교에서 한문학을 전공해 깊이를 더했다. 파주자유학교는 영국의 써머힐스쿨(Summerhill School)을 모델로 미국의 알바니 프리스쿨(Albany Free School), 일본의 키노쿠니학교, 태국의 무반덱학교 등 자유교육을 대표적으로 실시하는 학교들의 성공 사례를 우리 교육에 8년째 접목시키고 있다.
그는 “처음에 학교측의 제의를 받고 서양식 자유교육과 우리의 서당식 교육을 잘 접목시킬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다”면서 “아직 부족하지만 그 가능성을 조금씩 발견해가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 학교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씩 아침 조회시간을 이용, 50여명의 초등과정 아이들이 ‘사자소학’을 배우고 있다. 또 2학년 아이들의 담임을 맡은 남 훈장은 담임재량교과시간을 통해 아이들에게 ‘서당체험’을 시키고 있으며 중등과정의 아이들에게는 ‘명심보감’ 등 한문수업도 병행하고 있다. 남 훈장은 “유학(儒學)의 가르침이 현재와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최근에는 이의 현대적인 해석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많다”면서 “현장에서 학문을 한다는 생각으로 직접 부딪히며 알아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대안학교가 우리 교육현실에 정착하려면 학교철학의 토착화가 필요할텐데 그곳에 유학의 역할이 있지 않겠느냐”며 조심스레 전망했다.
이 학교 조경숙 교장은 “대안학교는 배움과 가르침이 모두 열려있는 학교”라며 “아이들에게 다양한 가치관과 문화를 선입견없이 경험해볼 수 있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고 서당식 교육의 취지를 설명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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