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직원 자녀 위주로 정규직 전환하고, 단란주점에선 업무추진비로 술 마시고 노래 부르고, 농민에게 비료 값은 더 부담시키고….'
농민 지원을 위해 설립된 농협의 '슬픈 자화상'이다. 농협이 4일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에 제출한 자료는 일부 농협과 그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우리끼리 채용, 대출'=지역 농협 23곳이 임직원 자녀를 특별채용하고 인사위원회 의결만으로 채용을 하는 등의 '부당한 채용'을 했다가 농림수산식품부에 적발됐다. 광주지역본부 14개 지역조합은 2004∼2008년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전체 채용인원의 60%(133명)를 임원과 대의원 자녀 등으로 채웠다. 광주본부측은 규정에 따른 것으로 특혜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농협은 올해 말까지 2년 만료로 비정규직 4062명이 해고 위기에 놓여 있다. 민주당 조배숙 의원은 "불법 채용이 판친다는 제보가 많은데도 농협중앙회는 부정한 인사청탁 직원 명단을 폐기했다"고 비판했다. 지역 농협 8곳은 임직원에게 편법 대출도 해줬다. 영농목적 자금으로 농협 대출을 받아 주택 계약금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업무추진비는 유흥비=농협중앙회 기획실과 농협문화복지재단 등 10곳은 업무추진비를 단란주점, 나이트클럽, 골프장 등에서 사용했다. 상세 내역을 남기지 않기 위해 50만원 미만으로 분할 결제하는 편법도 동원됐다. 상품권 구매 자료 중 상당수는 누구에게 지급됐는지 증빙자료가 아예 없었다. 울산중앙농협은 판매비와 관리비를 야식비로 사용하기도 했다. 농협은 중앙회와 자회사가 시가 821억원에 달하는 골프회원권을 보유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은 "지난해 초부터 올해 6월까지 해외투자 손실만 2652억원에 달하는데 이같은 골프회원권을 보유한 것은 과도하다"고 비판했다.
◇농민 지원은 뒷전?=올해 5월 가격 인하분이 비료값에 반영되지 않아 농민들이 64억원을 추가로 부담하게 됐다고 강기갑 의원 측은 추산했다. 하지만 지난해 마련된 정부의 비료값 지원책에 따라 농협이 일정 금액을 부담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예산에 편성돼 있는 농협지원금 190억원은 아직 투입되지 않고 있다. 농협중앙회 측은 "비료 수요가 적었기 때문에 예산이 투입되지 않았다"며 "연말까지는 다 쓸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한나라당 유기준 의원에 따르면 농협의 금융사고금액은 지난해 28억원(25건)이었으나 올해 8월말 현재 75억원(21건)으로 대폭 증가했다. 이 중 특히 사고발생 지점 78개소 가운데 18개소(23%)는 사고가 반복해서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 잃고 외양간도 고치지 않은 셈이다.그럼에도 농협 자회사 임원의 지난해 평균 연봉은 1억7200만원으로 전년도보다 6.8%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주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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