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만 난 잔치 ‘강심장’… ‘지드래곤 특집’ 혹평

소문만 난 잔치 ‘강심장’… ‘지드래곤 특집’ 혹평

기사승인 2009-10-07 12:37:00

[쿠키 연예]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었다. 그나마 차린 잔칫상도 다른 곳에서 가져온 음식들로 채웠다. 그래도 손님들은 모였다. 6일 첫 방송된 SBS
예능 프로그램 ‘강심장’의 자화상이다.

△짜깁기 예능 결정판=‘강심장’은 강호동과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이승기가 공동 MC를 맡게 되면서 방송 전부터 요란했다. SBS는 전혀 다른 형식의 토크 버라이어티를 선보이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동안 예능 프로그램에서 종적을 감췄던 지드래곤을 비롯, 특급 스타 24명이 출연한다는 것도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뚜껑을 연 ‘강심장’은 짜깁기 예능 프로그램의 결정판에 불과했다. 출연진이 벌이는 토크 배틀은 1998년부터 2002년까지 방영됐던 KBS ‘서세원 쇼’의 토크 박스를 재탕했다. 서세원 역할은 강호동, 주사위를 굴리던 장호일은 이승기가 대신한 셈이었다.

출연진들은 MBC ‘세상을 바꾸는 퀴즈(세바퀴)’처럼 계단 형식으로 앉아 KBS ‘스타골든벨’처럼 수다를 떨었다. 출연자의 토크에 다른 출연진들이 반응하는 모습은 KBS ‘미녀들의 수다’를 닮았다. 프로그램 앞뒤로 감동 코드를 인위적으로 삽입한 것은 SBS ‘야심만만’에서 따왔다.

이처럼 소위 잘 나갔던 예능 프로그램의 아이템을 총망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강심장’은 수준 이하로 떨어졌다.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와 KBS ‘해피선데이-1박2일’을 통해 특급 MC로 성장한 강호동은 과장된 몸짓 말고는 달리 보여줄 것이 없었고, 이승기는 겉돌며 MC 신고식을 치뤘다.

출연진들의 구성은 철저하게 중장년층을 배제했다. 예능 프로그램의 긴장감과 흥미진진함도 미진했다. 출연진들의 토크를 방청객들이 평가해준다는 발상은 지상파 개국 당시를 연상케했다. 그나마 웃음을 유발하는 출연진들의 사연도 손에 꼽을 정도였다. 재미는 없고 기계적인 리액션만 가득했다.

△지나친 지드래곤 대접=전체적으로 어수선한 ‘강심장’이 유일하게 집중한 것은 지드래곤의 존재였다. ‘강심장’은 90분 가량의 첫 방송에서 무려 50분 가까이를 지드래곤과 승리, 두 사람이 소속된 그룹 빅뱅에 할애했다. 지상파에서 특집 프로그램 정도를 빼고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파격적인 형식이다.

방송 내내 지드래곤과 그의 솔로 음반 타이틀 곡 ‘하트브레이커’가 흘러나오는 동안 다른 출연진들은 소위 ‘병풍’ 수준에 머물렀다. 백지영과 장윤정, 한민관, 김영호, 그룹 에픽하이의 미쓰라 진과 투컷츠 등 10여명의 출연진들은 채 1분도 발언하지 못했다.

SBS는 이미 추석 특집으로 편성한 ‘아이돌 빅쇼’가 특정 기획사 소속 가수에 대한 편파적 비중으로 구성됐다는 지적을 받으며 곤혹을 치른 바 있다. ‘강심장’ 첫 방송도 ‘지드래곤 빅쇼’에 지나지 않았다. 이를 의식한 듯 ‘강심장’은 프로그램 말미에 계속 등장한 지드래곤 대신 오영실을 슬쩍 제1대 강심장(MVP에 해당)으로 선택했다.

△시청률 보다 내구성 다져야=SBS 예능국의 총체적 아이디어 고갈을 증명한 짜깁기 예능 프로그램 수준으로 첫 방송을 치렀지만, ‘강심장’의 성적표는 의외로 좋게 나왔다. 전국 일일시청률 17.3%, 수도권 일일시청률 18%(TNS 미디어코리아 기준)로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 같은 ‘강심장’의 시청률은 편성시간대에 기댄 결과다. 화요일 11시대는 최근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KBS ‘상상플러스’를 제외하면 그야말로 무주공산에 가깝다. 시청자들의 채널 선택권 폭이 좁아진 상황에서 강호동과 이승기를 투입한 SBS의 전략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지드래곤 팬덤의 결집도 한몫했다.

‘강심장’은 첫 방송부터 나름대로 괜찮은 성적표를 받아들었지만 샴페인을 터뜨리긴 아직 이르다. 당장 국내 대다수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들의 여론만 봐도 그렇다. 시청자들의 혹평과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공식 홈페이지의 반응도 별반 다르지 않다. 마치 호객 행위에 속은 소비자들이 따지고 있는 격이다.

‘강심장’이 현재 박동수보다 내구성에 신경을 쓸 이유는 간단하다. 아무리 강심장이라고 해도 언제 멈출지 모르기 때문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현우 기자
canne@kmib.co.kr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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