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가수 지드래곤(본명 권지용·21)을 구하기 위한 팬들의 노력이 눈물겹다. 보건복지가족부가 지드래곤의 콘서트 중 일부 곡들에 대해 청소년보호법 위반 및 공연 음란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요청한 것을 두고 ‘문화 소비자의 권리 찾기’라는 캠페인을 벌이며 지드래곤 구명 운동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별도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콘서트 티켓과 평가를 직접 올리며 지드래곤의 콘서트가 선정적이지 않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일개 연예인을 좋아하는 팬덤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이들은 쟁점을 전혀 잘못 파악하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지드래곤 콘서트의 성적 퍼포먼스만으로 검찰 수사를 요청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성적 퍼포먼스는 표현의 자유를 두고 치열한 갑론을박이 오갈 수도 있는 사안이다. 핵심은 지난 11월 청소년유해매체물로 고시된 ‘쉬즈 곤(She’s Gone)’과 ‘코리안 드림(Korean Dream)’을 원곡 그대로 불렀다는 게 이번 사안의 핵심이다.
실제 보건복지가족부 산하 청소년위원회 한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성적 퍼포먼스는 관점에 따라 논란의 여지가 있다”며 “하지만 청소년유해매체물로 고시된 곡을 불렀다면 이는 실정법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영상콘텐츠산업과 한 관계자 역시 “청소년유해매체물을 대여, 유포, 시청, 관람케 하는 것은 직접 판매와 마찬가지로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답했다.
국내 가요계에서 자존심이 강한 기획사 중 한 곳인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의 양현석 대표가 “보건복지가족부의 지적과 곧 진행될 조사에 성심 성의껏 임할 것”이라며 “조사 이후 현행법상에 문제가 되는 부분에 대해 뒤따르는 모든 법적 책임을 겸허하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곧바로 사과한 것도 이 때문이다. 청소년유해매체물로 고시된 곡을 판매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이제 공은 검찰로 넘어갔다. 지드래곤이 콘서트에서 ‘쉬즈 곤’과 ‘코리안 드림’ 원곡을 부른 것이 확인되면 청소년보호법 위반일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와 별개로 성적 퍼포먼스 부분도 논의될 전망이다.
사실 이 모든 사안은 지드래곤의 잘못이 아니다. 엄밀히 따지면 지드래곤 콘서트를 자의적으로 12세 이상 관람가로 주최한 YG의 책임이 더욱 크다. 10대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지드래곤의 팬덤을 감안했다면 청소년유해매체물인 ‘쉬즈 곤’과 ‘코리안 드림’은 당연히 클린 버전으로 소화해야 한다. 성적 퍼포먼스 또한 19세 이상 관람가라면 논란을 어느 정도 피할 수 있었다. 노골적인 상술과 노이즈 마케팅에 대한 의심은 차치하더라도 이번 지드래곤 콘서트 소동은 YG가 사전에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인재(人災)’임에 분명하다.
게다가 이번 ‘문화 소비자의 권리 찾기’ 캠페인 이전에 지드래곤 팬들은 진작 나설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쉬즈 곤’과 ‘코리안 드림’이 청소년유해매체물로 고시될 당시 이를 취소하는 소송을 벌이라고 YG를 압박할 수 있었고 소속사를 대신해 직접 나설 수도 있었다. 모호한 청소년유해매체물 기준에 대해 활발한 공론화를 벌이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었다. 실제 그룹 동방신기는 ‘주문-미로틱(MIROTIC)’이 선정적인 가사로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되자, SM엔터테인먼트와 동방신기 팬들이 이에 강하게 반발해 취소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YG는 무반응으로 일관했다. 지드래곤 팬들도 무관심했다. 오히려 사후 심의라 음반 판매량에 부정적인 영향이 많이 미치지 않은 것에 안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쉬즈 곤’과 ‘코리안 드림’은 그렇게 청소년유해매체물로 분류됐다.
지드래곤 팬들은 성적 퍼포먼스를 가지고 표현의 자유를 따지기 이전에 현재 무엇이 쟁점이고, 이토록 상황이 악화된 근본적인 원인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소는 진작 잃었고 외양간을 고치기에도 이미 늦었지만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현우 기자 can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