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그룹 소녀시대가 정규 2집 앨범 타이틀 곡 ‘오(Oh!)’에 이어 일종의 확장판 발매(리패키지) 앨범 타이틀 곡 ‘런 데빌 런(Run Devil Run·이하 RDR)’으로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이른바 ‘블랙 소시’의 위력 앞에 각종 온라인 가요 차트는 초토화 됐다. 지상파 가요 프로그램 1위도 시간문제다. ‘오’를 맹렬히 추격하던 카라의 ‘루팡(Lupin)’과 티아라의 ‘너 때문에 미쳐’는 혜성처럼 등장한 ‘RDR’ 앞에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신세가 됐다.
△유치한 가사 하지만 팬덤도 결집하고=‘RDR’ 히트의 일등공신은 역시 팬덤이다.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음반 시장에서 소녀시대 2집 판매고를 20만장에 육박하게 만든 ‘소덕후(소녀시대+오타쿠, 소녀시대 마니아 기질을 보이는 열혈 팬)’는 ‘블랙 소시’의 ‘RDR’에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과거와 달리 최근 가요 시장은 강력한 팬덤이 집결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히트 넘버가 된다.
곡 자체에 대한 평가도 나쁘지 않다. 연신 오빠를 찾던 ‘오’에 비해 ‘RDR’은 사운드가 강해졌고 리듬감도 쓸만하다. 대중음악평론가 김작가씨는 “‘지(Gee)’와 ‘소원을 말해봐’의 퀄리티에 비해 다소 미흡하지만 전체적으로 무난한 편”이라고 말했다. 다만, ‘넌 재미없어 매너 없어’, ‘난 걔네들보다 더 대단해, 너 그렇게 커서 뭐 될래’ 등 유치하기 짝이 없는 가사는 여전하다.
△의도적인 리패키지 앨범…지나친 상술 지적도=소녀시대의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의 전략도 ‘RDR’ 히트에 한몫 했다. 정규 2집에 충분히 포함할 수 있었지만 리패키지 앨범으로 치고 나오도록 사전에 계획했다. 걸 그룹이 우후죽순으로 쏟아지는 형국에서 앨범 발표 시기를 라이벌 그룹에 비해 고의적으로 늦추는 소위 ‘시간차’ 공격에 대비한 셈이다. ‘오’ 뮤직비디오를 통해 ‘블랙 소시’에 대한 복선을 미리 깔아둔 것도 큰 도움이 됐다.
리패키지 앨범 발매가 지나친 상술이 아니냐는 시각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김작가씨는 “리패키지 앨범은 이미 해외에서도 폭넓게 활용되고 있는 방식”이라며 “이미 국내외 음반 시장이 리스너(Listener)에서 콜렉터(Collector)로 전환된 상황에서 무조건 이분법적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팬덤의 호주머니를 노린 장삿속이라고 여전히 입을 모은다.
△소녀에서 숙녀로=무엇보다 ‘RDR’은 그동안 소녀시대의 귀여운 이미지를 잠시 탈피한 점이 이채롭다. 사실 ‘오’의 후속곡으로 검증된 후보들은 2집에 얼마든지 있었다. ‘쇼쇼쇼(Show! Show! Show!)’는 사운드 퀄리티가 뛰어났고, ‘뻔&Fun’은 ‘키싱 유(Kissing you)’의 분위기를 잇기에 충분했다. MBC ‘파스타’에 삽입된 ‘영원히 너와 꿈꾸고 싶다’는 2집 앨범에서 팬덤이 가장 아끼는 곡이다.
하지만 소녀시대는 ‘RDR’을 선택했다. 오빠를 향해 사랑을 갈구하는 소녀들은 섹시한 의상을 입고 눈을 흘기는 숙녀들이 됐다. 실제 소녀시대는 데뷔 이후 일정하게 이미지가 성숙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단독 콘서트에서는 소녀에서 숙녀로 변하고 있다는 영상이 나오기도 했다. 여성성의 진화를 통한 생존 전략이자, 상업성을 극대화하는 포석이다. 숙녀의 여성성이 모두 소진되지 않는 한 당분간 해체는 없을 것이라는 보이지 않는 암시이기도 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현우 기자 can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