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각·벌금’ 악덕 사업주가 구속되기 까지

‘기각·벌금’ 악덕 사업주가 구속되기 까지

기사승인 2010-03-28 20:15:00
[쿠키 사회] 경북 경주시 외동읍에서 자동차 및 선박부품 제조업체 2개사를 경영하는 안모씨(43)는 지난 25일 한동안 떠나 있던 울산 호계동의 집에 들어갔다가 잠복 중이던 근로감독관에게 체포됐다. 그는 근로자 30여명에게 임금 및 퇴직금 2억8000여만원을 체불했고, 노동부의 거듭된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그러나 안씨는 구속될 줄은 몰랐다.

28일 노동부와 대구지방노동청 포항지청에 따르면 안씨는 2007년 이후 50여차례 포항지청에 진정 및 고소가 제기되는 등 상습적으로 임금을 체불해 왔다. 그런데도 처벌은 솜방망이였다. 체임 청산이나 부분청산을 통해 소가 취하되기도 했고, 8건은 병합 처리돼 수백만원의 벌금형을 받는데 그쳤다.

이번에는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1월까지 13건, 모두 2억8000여만원의 체임에 대해 포항지청이 14차례 출석요구를 했으나 안씨는 불응했다. 게다가 안씨는 지난해 12월 22일 공장은 계속 가동하면서 회사 자산을 다른 사람 명의로 빼돌렸다. 체불 피해 근로자들이 사업장 재산에 가압류 등의 민사조치를 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한 위장 매각이었다.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판단한 포항지청은 지난 1월말 체포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그러나 이때부터 낌새를 챈 안씨의 태도가 변하기 시작했다. 담당 근로감독관은 “안씨가 체포영장 청구 사실을 알았던 것 같다”면서 “막무가내로 버티던 그가 어쩌다 전화를 받으면 가급적 출석하겠다는 정도로 태도가 누그러졌다”고 말했다. 근로감독관은 “하지만 안씨가 벌금을 물면 될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그 후 안씨와 근로감독관 간의 숨바꼭질이 시작됐다. 집에 전화하면 “안 계신다” “잘 모른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노동부는 결국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근로감독관 8명이 3일간 잠복근무한 끝에 안씨를 체포했다. 안씨는 결국 27일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정현옥 근로기준정책관은 “체불임금 청산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채 재산을 빼돌리거나 상습적으로 임금을 체불한 사업주는 검찰과 협의해 구속수사하는 등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임항 기자 hnglim@kmib.co.kr
임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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