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기계화학교 관계자는 이날 “K21 수륙양용 장갑차가 도하훈련 도중 시동이 꺼지면서 5m 깊이의 물에 빠졌다”며 “탑승자 3명 중 2명은 탈출했지만 1명이 갇혀 숨졌다”고 밝혔다. 사고는 장갑차 제작업체 D사 직원 1명이 교관인 김모(23)하사와 조교 임무를 수행하던 이등병 등 현역장병 2명을 대상으로 교육훈련을 하던 중 발생했다.
사고 직후 직원과 일등병은 탈출했지만 장갑차 내부에서 조종을 맡은 김 중사는 3시간여가 흐른 이날 오후 4시50분쯤 군과 119구조대에 의해 인양된 장갑차 속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군과 119구조대는 스쿠버를 저수지 물속으로 투입, 무게 30t의 장갑차에 체인을 연결한 뒤 다른 장갑차를 이용해 사고가 난 장갑차를 물 밖으로 끌어냈다. 상무대 육군 기계화학교는 지난해 11월부터 K21 5대를 배치받아 그동안 간헐적으로 도하훈련을 실시해왔다.
1999년 말부터 910억 원을 들여 국내에서 개발, 실전 배치된 K21은 육군의 차기 장갑차로 기계화 부대에 우선 배치돼 기존의 K-200 장갑차를 대체하는 중이다. 헬기 잡는 장갑차로도 알려진 K21은 세계 최고수준의 보병전투 장비로 지상 최고 시속이 70㎞에 이르고 에어백 부양장치를 통해 수상에서도 시속 7㎞의 속도를 낼 수 있다. 또 40㎜ 자동포와 대전차 유도미사일을 탑재해 적 장갑차는 물론, 공격헬기 및 적 전차 파괴도 가능한 화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실전 배치 직후인 지난해 12월 9일 20사단이 경기도 양평 남한강에서 도하 훈련을 실시할 때 이상이 감지됐다. 이 훈련에 참가한 3대의 K-21 장갑차 중 1대가 엔진룸이 침수하면서 시동이 꺼지는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이 때문에 군은 제작사를 통해
K-21 장갑차 엔진룸의 물막이 높이를 키우고 흡기방식을 변경하는 등 개선 작업을 벌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또 다시 도하훈련중 사고가 발생함으로써 K-21 장갑차 자체에 결함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아직 성급한 판단을 내릴 단계는 아니지만 이번 기회에 사고 원인을 철저히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 군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