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 “우리 손자는 이제 누가 키우라고…” 통곡

시어머니 “우리 손자는 이제 누가 키우라고…” 통곡

기사승인 2010-09-15 18: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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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사회]코리안 드림을 꿈꾸던 20대 몽골 이주여성이 부부싸움 도중 폭력 남편을 피해 도망쳐온 동포를 지켜주려다 난데없이 목숨을 잃었다.

이민을 통해 한국에 먼저 건너 온 지인의 소개로 캉체체(25)씨가 고향 몽골을 떠나 전남 나주 이창동의 한적한 시골마을로 시집 온 것은 지난해 3월.

늦장가를 간 아들에게 ‘복덩이’가 되어준 그녀를 시부모는 살갑게 대했다. 낯선 한국생활에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하나부터 열까지 친부모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친정 부모처럼 힘든 농삿일로 얼굴이 주름진 시부모에게 그녀도 포근한 정을 느꼈다. 잡담을 떨만한 또래 친구와 시름을 달래줄 가족과 친척이 한명도 없기는 했지만 부러울 게 별로 없었다.

남편 하모(40)씨 역시 한국말이 서툰 그녀가 외로움을 느끼지 않도록 밤낮으로 보살폈다.

어느새 한가족 공동체가 된 시부모와 남편의 애정어린 손길 속에 그녀는 지난 6월 복두꺼비 같은 아들까지 순산해 집안에서는 웃음꽃이 떠날 줄 몰랐다.

하지만 그녀의 이 같은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몽골 고향 한동네에서 친하게 지내던 후배 에렛테네체체(21)씨가 자신보다 9개월 뒤인 지난해 12월 광주의 미등록 국제결혼중개업소를 통해 가까운 전남 영암의 한 동네로 시집 왔다는 사실을 알게되면서 걱정거리가 늘기 시작했다.

처음엔 ‘동병상련’의 처지인데다 반가운 마음에 나주와 영암을 서로 오가며 부부동반으로 식사도 하고 가끔 술잔도 기울였다.

그러다가 그녀는 몽골 동포이자 동네후배인 에렛테네체제씨의 결혼생활이 그다지 순탄치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후배의 남편 양모(34)씨는 당초 대학을 졸업하고 견실한 회사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했지만 결혼한 이후 한국에 와서 보니 그게 아니었다. 농사를 짓는 부모를 도우며 근근이 생활하는 빈곤한 형편이었다.

뿐만아니라 날마다 술에 취해 말도 통하지 않는 아내에게 주먹을 휘두르는 게 예사였다. 결국 후배는 지난 12일 간단한 옷가방을 챙겨 가출을 감행했고 의지할 데가 마땅치 않아 캉체체씨의 집으로 오게 된 것.

부부싸움을 하다 폭력을 피해 집을 나간 아내의 행적을 쫓던 양씨는 지난 14일 오후 6시쯤 나주 이창동 강체체씨의 집으로 찾아와 “무조건 아내를 돌려달라”며 술에 취해 행패를 부리기 시작했다.

후배의 가정불화를 보다 못한 캉체체씨는 서투른 한국말로 “술 깨고 데려가고 다시는 때리지 말라”고 항의했고 격분한 양씨는 집에 온지 1시간여가 흐른 이날 오후 7시20분쯤 식탁에 있던 칼로 캉체체씨를 수차례 찔렀다.

남편 하씨 역시 양씨와몸싸움 과정에서 목과 등에 가벼운 상처를 입었지만 다행히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

눈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우발적 상황이었다.

캉체체씨는 직후 병원으로 급히 옮겨졌지만 과다출혈 등으로 끝
깨어나지 못하고 4개월짜리 핏덩어리 분신을 남긴 채 머나 먼 이국땅에서 저 세상으로 떠났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한국생활 1년6개월동안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남편과 깨소금을 볶던 캉체체씨의 코리안 드림이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미처 예상하지 못한 양씨의 야만적 행위로 순식간에 숨진 캉체체씨의 장례는 전남 나주 모 장례식장에서 시어머니(65) 등 유족들의 오열 속에 3일장으로 치러지고 있다.

경찰은 휴대전화 위치추적과 연고지 파악 등을 통해
달아난 양씨의 신병확보에 나섰다.

장례식장에서 시어머니(65)는 "그렇에 착하던 며느리였는데~. 어린 손자들은 불쌍해서 어쩌지"라며 며느리 영정을 끌어안고 오열했다.
남편 하모(40)씨는 4개월된 갓난 아들을 안고 흐르는 눈물을 주채하지 못한 채 입을 꽉 다물고 있었다. 조문객들도 눈시울만 붉힐 뿐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캉체체씨의 몽골인 친구는 “그녀는 평소에도 후배걱정을 많이 하는 착한 성격이었다”며 “좋은 남편과 시부모님을 만나 잘살고 있었는데 정말 안타깝다”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남겨진 캉체체씨의 아들과 남편, 시부모에게 그녀는 그저 '코리안 드림'을 찾아온 외국인 여성으로만 기억되지 않을 것이다. 그들에게는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엄마, 아내, 며느리'로 기억될 것이다.



지난 7월에도 신혼 8일만에 한국말 한마디 못한 채 폭력을 휘두른 한국인 남편에게 살해된 베트남 이주여성 탓티황옥(20)씨 사건이 발생, 큰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다문화 가정의 이혼건수는 2002년 1천744건, 2004년 3천300건, 2006년 6천136건, 2008년 1만 1천255건 등으로 해마다 급증하고 있으며, 주요 이혼사유는 외도(13.2%), 학대와 폭력(12.9%) 등이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나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신창호 기자
sw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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