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5·18 구속부상자회와 경찰에 따르면 14일 밤 11시쯤 광주보훈병원 주차장에서 구속부상자회 회원 지모(56)씨가 제초제를 마셨다.
지씨는 직후 병원 응급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이날 새벽 3시30분쯤 숨졌다.
5·18 당시 회사원으로 전남 목포에 휴가차 놀러갔던 지씨는 민주화를 요구화는 시위에 우연히 참여했다가 계엄군에 붙들려 헌병대 등에서 심한 고문을 받았다.
그는 또 억울하게 삼청교육대에 끌려가 4주간 혹독한 인권침해에 시달렸다. 이후 고향인 전남 여수에 정착했지만 20여년간 우울증, 불면증, 신경통 등으로 고통을 받아왔다.
그는 음독 직전 구속부상자회 사무실로 “꿈에 항상 군인들이 나타나 살 수가 없습니다. (중략) 축산업에 실패해 엄청난 생활고를 겪고 있고, 고문 후유증으로 살 수가 없습니다. 5·18국립묘지에 묻어주십시오”라는 유서를 우편으로 보냈다.
5·18 기념재단과 생명인권본부는 5·18부상자 가운데 2007년 8월까지 숨진 376명 중 10%가 넘는 39명이 자살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조사결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생활고 등의 이유로 자살을 택한 것으로 밝혀졌다.
5·18 구속부상자회 관계자는 “최근 2년간에도 구속부상자회 회원 10명이 후유증과 생활고로 자살을 선택했다”며 “광주 운정동 5·18국립묘지에 지씨의 주검을 안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