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걷기 붐을 타고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일부 탐방로에서 주로 단체 여행객이 쓰레기를 버리고, 아무데서나 볼 일을 보며, 농작물을 훔쳐가거나 주변 환경을 훼손하는 것으로 지적됐다.
사단법인 제주올레 안은주 사무국장은 4일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에서 열리는 ‘2010 탐방로 정책 및 문화 심포지엄’의 발제문 ‘100년 1000년 후에도 걷고 싶은 길, 그 길의 문화에 달렸다’를 통해 이 같이 지적했다.
안 국장은 “군중 속에서는 도덕심이 상실된다는 말처럼 단체 중 한 사람이라도 쓰레기를 투척하면 잇따라 가는 사람들이 모두 그 자리를 쓰레기장으로 만드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부분 트레일은 한두 사람이 지나가기에 적합한 형태로 디자인되므로 한꺼번에 여러 사람이 지나갈 경우 길이 훼손되기 쉽다”면서 “제주올레 1코스에 있는 알오름이나 말미오름 등 흙길로 이뤄진 트레일의 경우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지나가면서 훼손이 심각하다”고 꼬집었다.
안 국장은 “단체 도보 여행은 걷기 여행의 근원적인 매력을 갉아먹는다”며 “본래 걷는 길 여행은 자연과 더불어 사색과 명상을 즐기는 여행인데 우르르 몰려 걷게 된다면 사람 구경하기에 지치고 만다”고 말했다.
같은 심포지엄에서 발제한 탐방로 기획자 윤정준씨는 “지리산 둘레길이 TV 프로그램 ‘1박2일’에 소개된 후 주말마다 1만여명이 몰려들어 수용 한계를 벗어났다”면서 단체 방문을 자제해 줄 것을 당부했다. 지리산 둘레길 곳곳에는 ‘고사리를 따지 마세요’ ‘농작물 서리 금지’ 등의 팻말이 세워져 있다. 북한산 둘레길도 지난 10월 한 달에만 57만여 명이 다녀가면서 소음과 쓰레기 등을 둘러싼 주민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윤씨는 “부처간 경쟁적 탐방로 조성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중앙정부가 통합적으로 관리·운영하는 국가탐방로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부처별로 진행하는 사업을 연계해 탐방객을 분산시키고 국가대표급 탐방로를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국민일보 쿠키뉴스 임항 전문기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