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태는 지난해 ‘아랍의 봄’ 이후 이 지역에서 미국의 지위가 얼마나 불안정하며, 잠재된 반미 정서가 언제라도 폭발할 수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줬다는 분석이다. 무아마르 카다피와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지난해 축출된 이후 이들 국가에서 미국 외교공관이 공격받은 것은 처음이다.
이날 리비아 제2의 도시 벵가지에서 총으로 무장한 시위대 수십명이 공중으로 총을 쏘며 미 영사관에 몰려들었으며 일부는 건물에 불을 질렀다. 이 공격으로 영사관 안에 있던 미국 관리 1명이 총에 맞아 숨지고 1명이 다쳤다. 영사관은 로켓추진 수류탄 공격도 받았다.
빅토리아 뉼런드 미 국무부 대변인은 영사관이 공격받은 사실을 확인하면서 “가장 강력한 어조로 외교공관에 대한 이번 공격을 규탄한다”고 말했다.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1979년 이란 과격파 학생들이 테헤란의 미 대사관에 난입한 이란 인질사태를 떠올리게 한다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이집트 카이로에서는 2000여명이 미 대사관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일부 시위대는 대사관 안뜰을 가로질러 미국 국기를 끌어내렸고 벽 위에 서서 성조기를 훼손했다. 또 미국 국기에 불을 붙인 후 바닥에 내팽개치고 짓밟았다.
시위대는 미국에서 만들어진 한 영화가 예언자 무하마드(마호메트)를 모욕했다고 주장했으며 미국 국기 대신 ‘알라 외에 신은 없으며 무하마드가 신의 메신저다’라는 글귀가 쓰인 검은색 깃발을 달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무슬림의 순진함(Innocence of Muslims)’이라는 제목의 이 영화는 캘리포니아 남부 출신으로 이스라엘계 미국인인 샘 바실(52)이 제작, 감독했다.
바실은 WSJ와의 인터뷰에서 “이슬람교는 암(cancer)과 같다”며 이슬람교는 혐오스러운 종교라고 말했다.
밋 롬니 미 공화당 대통령 후보는 이집트와 리비아에서 이슬람 반정부시위대가 미국 공관을 공격한 데 대해 오바마 행정부가 “부끄러운” 반응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롬니는 오바마 행정부가 이슬람 시위대에 공감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나는 리비아와 이집트 내의 미국 공관에 대한 공격과 벵가지의 미국 영사관 직원이 사망한 데 대해 분노한다”고 말했다. 워싱턴=국민일보 쿠키뉴스 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