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의사 스타일?, 국민 스타일?
[쿠키 건강] 19대 첫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가 금일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이번 국정감사는 일부 의료계 출신 국회의원들의 날카로운 시정 요구가 빛을 발하는 한편, 일각에선 의료계 편향적인 시각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현재 19대 보건복지위원회 위원 21명 중 의료계 출신은 의사 3명, 약사 1명, 간호사 1명으로 총 5명으로, 전체 의원 중 40%에 달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24일 국회에서 열린 복지부 종합 국정감사를 통해 가습기 살균제 문제, 기초생활수급자 노인 자살 논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이하 건정심) 구성 불만, 천연물신약, 카바수술 논란 등 다양한 쟁점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번 국감은 전반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형국이다. 국민 입장을 대변해야 하는 국회의원들이 일부 의료 단체 ‘편 들어주기’식 의견 표명으로 치우쳐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의사 출신 의원, ‘가운’ 벗고= 이번 국감에서는 전문 의료인 출신이라는 강점이 보건복지 분야의 ‘핵심 쟁점’을 끌어가는 촉매제가 되기도 했다.
민주통합당 김용익 의원은 의사 출신이라는 색깔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보편적 의료복지’에 중점을 두고 피감기관인 복지부를 향해 거침없는 비판을 제기했다.
특히 김용익 의원은 저소득층 진료를 위한 공공병원 기능 강화를 강조했다. 김 의원은 24일 열린 복지부 종합감사에서 “저소득층 진료를 비롯해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공공병원은 적자 발생을 운영상의 적자로 계산해 평가해서는 안된다”며 “공공병원이 수행하는 공공적 기능에 대해 경영 적자 계산 등 숫자 놀이로 판가름 하는 것은 위험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병원들이 생계가 어려운 환자에게까지 병원비를 수십억원 부당징수한 것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했다. 김 의원은 “여의도성모병원 등 10개 대형병원이 백혈병 환자 500여명에게 병원비를 부당 징수해 돌려준 금액이 44억여원에 달한다”면서 “중증질환자와 의료급여 수급자에게까지 병원비를 수십억원 부당징수할 정도로 비급여 관리가 안 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대안을 촉구했다.
의사 출신인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은 의료계와 제약계에 뿌리 뽑히지 않는 리베이트 철퇴를 외치며 ‘의사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벗어던졌다. 신 의원은 “국민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복지부가 나서 의료계에 만연한 리베이트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최근 이슈로 급부상한 ‘우유주사’로 일컫는 프로포폴 남용과 관련해, 신 의원은 “복지부가 의료인과 외부전문가 등으로 구성한 마약류관리위원회를 두고 비급여처방에 대한 모니터와 전문적인 의료인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는 ‘의사 스타일(?)’, 의약계 대변하는 ‘의원’ =선진통일당 문정림 의원은 의사협회 대변인 출신답게 의료계 입장 편에 서서 의견을 표명하는 경우가 많았다. 일례로 의사국가 고시 수수료가 지나치게 비싸게 책정됐다는 점, 신의료기술 보험적용 비율이 턱없이 낮다는 점, 의료기관 암수술 사망률 공개가 근거 부족이라는 점 등을 지적하며 의료계 입장을 대변했다.
특히 의료 과잉 행위로 국민들의 치료비 부담을 가중시키는 ‘비급여 진료비’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제시했다. 심평원이 비급여 진료비를 공개한다는 방침을 밝히자, 문정림 의원은 국정감사를 통해 “구체적인 의료행위에 따른 다양한 변수를 고려하지 않은 단순 진료비 비교는 부정확한 정보 제공으로 국민들에게 혼선을 줄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의사 출신이라는 문 의원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대목이다.
통합진보당 김미희 의원은 약사 출신으로서, 지방의료원, 보건소의 약사 인력 기준 미달 등 약사 처우 개선 문제에 대해 다소 치우진 입장을 제기해 국감의 본래 취지를 무색케 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장윤형 기자 vitamin@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