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 최근 세계 1위 복제약 기업 테바(Teva)사가 국내 1000억 규모 제약사를 인수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각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 소식을 처음 전한 곳은 제약사도, 기업가도 아니다. 복제약 시장이 판을 치던 한국 제약시장의 한계를 뒤엎고 세계적인 기업을 육성하겠다고 선포했던 ‘보건복지부’다.
문제는 국내 제약산업을 한층 신장시키겠다고 선언한 복지부가 외국 제약사의 국내 제약사 인수합병(M&A)에 적극 찬성한다고 나서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복지부 고위 관계자의 말이 인상 깊다. 그는 “유럽 등 선진 제약사가 국내 제약사를 인수할 경우 국내 제약사가 해외 시장의 판매망을 확보할 수 있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 국내 제약사의 M&A를 적극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제약사를 해외 유수 기업과 겨루게 한다던 복지부의 이러한 언급은 ‘겉 다르고 속 다른’ 격이다.
올해 복지부는 국내 제약산업이 고질적으로 복제약 시장 중심 구조인 것을 문제시했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펼쳐왔다. 대표적으로 ‘제약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시행과 함께 ‘혁신형 제약기업’ 43곳을 선정했다. 신약 개발에 필요한 R&D 투자 지원 등 제약산업의 선택과 집중을 통해 국내 제약사들의 체질개선을 이루겠다던 복지부다.
더불어 복지부는 무분별하게 증식하는 ‘복제약’ 시장에 제동을 걸고자 약가 개편을 실시해왔다. 일례로 동일 성분 의약품에 대해 동일한 보험 상한가를 부여하도록 함으로써 제약사들이 복제약(제네릭) 의약품을 먼저 등록하려고 경쟁하던 행태에서 벗어나 품질경쟁에 노력하도록 약가 산정방식을 바꾸기도 했다.
그러나 복지부의 태도는 이중적이다. 말로는 혁신형 제약기업을 선정해 국내 기업 신장을 위해 조력하겠다고 하면서, 한편으로는 기초력이 탄탄한 벤처기업을 해외 유수의 제약사에게 팔도록 적극 돕겠다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는 정부 정책의 모순이다. 국내 제약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정부가 글로벌 제약사의 ‘거대 자본’에 힘입어 국내 제약사를 구조조정하는데 적극 동조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복지부가 테바사의 M&A 소식을 전달하며 적극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도 시장 논리를 무시한 처사다. 엄격히 말하면 복지부의 월권 행위다. 정부가 제약사 M&A까지 개입하게 되면 ‘작은 정부, 큰 시장’이라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기본 역할을 훼손할 우려도 커진다. 실제 복지부는 국내 제약사와 글로벌 제약사와의 M&A를 위해 200억원의 기금을 투자하겠다는 방침도 밝히며 논란의 불씨를 지폈다.
세계 복제약 시장 1위, 이스라엘 제약업체인 테바는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시장을 잡기 위해 무서운 기세로 공격 경영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일본의 복제약 3위 기업인 다이요약품공업을 인수한 데 이어 우리나라 유력 제약사도 인수할 계획이다. 이러한 대형 기업이 한국 제약시장을 인수할 경우 가뜩이나 진퇴양난에 빠진 국내 제약업계가 성장할 길은 만무하다.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을 계기로 우리 제약산업이 신약개발과 글로벌 진출을 양 날개 삼아 산업전반에 걸쳐 자발적인 혁신이 이뤄지도록 할 것입니다. ” 복지부가 혁신형 제약기업을 선정하며 남긴 말이다. 복지부는 기업가도, 특정 글로벌 제약사를 위한 이익단체도 아닌 국민을 위한 ‘정부’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vitamin@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