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물교육연구소가 2011년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1996년~2005년 기간 중 한국의 연간 1인당 물발자국은 1629㎥로 인구 500만 명 이상인 102개 국가 중 40번째였다. 세계 평균(1385㎥)을 훨씬 넘는다. 또 우리나라는 세계 6위의 물 수입대국이다. 수입되는 물 대부분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농산물과 공산품을 만드는 과정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한국인의 물발자국 가운데 외국의 물을 쓰는 비중은 78.1%로 매우 높은 편이다.
식품 가운데는 초콜릿의 물발자국 값이 1만7196 ℓ/㎏으로 가장 높다. 농축산물 부문에서는 쇠고기가 1만5415 ℓ/㎏으로 가장 높고, 양고기(1만412ℓ/㎏), 돼지고기(5988ℓ/㎏), 닭고기(4325ℓ/㎏), 쌀(2497ℓ/㎏), 옥수수(1222ℓ/㎏), 사과(822ℓ/㎏), 감자(287ℓ/㎏), 상추(237ℓ/㎏) 순이다. 가공식품 가운데 초콜릿 다음으로는 버터(5553ℓ/㎏)와 분유(4745ℓ/㎏)가 높고, 빵(1608ℓ/㎏)이 비교적 낮았다. 음료 가운데서는 커피가 1056 ℓ/ℓ로 가장 높았고, 와인은 872 ℓ/ℓ, 맥주는 296 ℓ/ℓ 등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해 3월 펴낸 ‘2050년 환경전망’ 보고서는 한국을 OECD 회원국 중 물 스트레스(부족상태)가 가장 높은 나라로 지목했다. 우리나라의 물 스트레스 비중은 40%로 사용가능한 수자원 중 실제 끌어다 쓰는 비율이 40%라는 뜻이다. 하지만 우리 국민의 물 씀씀이는 여전히 헤프다. 1인당 가정용 수돗물 사용량은 하루 275ℓ로 독일(151ℓ), 영국(139ℓ)을 훨씬 웃돈다. 수도요금이 싸기 때문이다. 한국은 생산원가에도 못 미치는 ㎥당 610원을 받지만 덴마크는 1만1344원, 프랑스는 4599원, 독일은 4008원이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대량생산, 대량소비 시대의 환경정책 수단으로 물발자국 개념을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호주와 싱가포르는 상품에 물발자국 값 표시를 의무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제품별, 기업·산업별, 소비자와 소비자그룹별 물발자국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생산과 소비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할 수 있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영국처럼 산업구조 변화를 통해 물 재분배와 이용 효율성을 높일 수도 있다. 보고서 집필자인 노태호 KEI 선임연구위원은 “관광단지, 골프장, 산업단지 등을 개발할 때 환경영향평가 항목에 포함시키면 물 소비를 합리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임항 환경전문기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