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지구촌] 영화에서 사실(fact)과 허구의 경계는 어디인가. 해묵은 이 논쟁이 최근 미국에서 가열되고 있다. 이는 올해 아카데미상 수상작 등 호평을 받은 영화들이 공교롭게도 대부분 ‘실화에 근거’했거나 역사적 인물을 다룬 것과 관련이 있다.
우선 미국 제16대 대통령을 다룬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링컨’. 1865년 노예제 폐지를 명시한 수정헌법 13조가 연방의회를 통과하는 장면에서 코네티컷주 의원들은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나온다.
하지만 사실은 이와 반대였다. 코네티컷주와 미 역사학계에서 당연히 비난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모린 도드는 이 영화의 가정 배급판에는 이 부분을 수정해야 할 것이라고 썼다.
작품상 등 올해 아카데미상 3관왕에 빛나는 ‘아르고’도 논란의 한가운데 서 있다. 1980년 이란혁명 당시 캐나다대사관으로 피신한 미 대사관 직원 6명의 구출작전을 다룬 이 영화는 ‘실화에 바탕했다’ 는 알림판이 나오지만 상당 부분이 허구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란 테헤란의 전통시장을 방문한 대사관 직원들이 이란 군중의 공격을 받거나 막판에 이란 혁명수비대를 가까스로 따돌리고 민항기에 탑승하는 것 등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미국 중심의 애국주의가 지나치게 강조된 스릴러물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을 자격이 없다는 혹평도 나온다.
가장 논란이 뜨거운 것은 오사마 빈 라덴 사살작전을 소재로 한 ‘제로 다크 서티(Zero Dark Thirty)’다. 이 영화에서 미 중앙정보국(CIA)이 체포한 탈레반을 물고문해서 얻은 정보가 빈 라덴 사살에 주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묘사돼 있다.
미 상원은 이 영화가 고문을 찬양하는 등 미국의 가치를 오도할 위험이 있다며 CIA가 이 영화 제작에 정보를 제공했는지를 조사할 방침까지 세웠다. 이 영화에도 ‘실제 일어난 일에 관한 직접적인 설명을 토대로 만들었다’는 자막이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23일자 아트 섹션에서 이런 비난도 일리가 있지만 사람들이 실제와 표상을 혼돈하게 한다고 영화제작자를 비난하는 것은 공정치 않다고 지적했다. 우리는 부분적으로 그 ‘거짓말’ 때문에 영화를 사랑한다는 것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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