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으로서 내 진심을 보여주고 싶다”…사회복지공무원의 비극

“죽음으로서 내 진심을 보여주고 싶다”…사회복지공무원의 비극

기사승인 2013-03-21 10:10:01
[쿠키 사회] “무슨 말로 떠든대도 지금 내 고통을 알아줄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시 일어설 수 없을만치 힘들다. 죽음으로서 내 진심을 보여주고 싶다.”

지난 18일 업무 과다를 호소하며 동구 대왕암공원 주차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울산시 중구의 사회복지직 공무원 안모(35·9급)씨의 유서중 일부분이다.

안씨는 A4용지 2장으로 남긴 유서에서 “업무량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업무도 업무지만 딱딱한 공무원 조직과 사회가 인간적으로 힘들게 한다”고 남겼다.

또 “공공조직의 제일 말단에서 온갖 지시와 명령에 따라야 하는 일개 부속품으로 하루하루를 견디는 것은 사투보다 치열하다”며 “내 모양이 이렇게 서럽고 불쌍하기는 처음이다”고 호소했다.

그는 지역 아동센터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봉사활동을 하다가 늦은 나이에 공부해 올해 1월 사회복지 공무원에 합격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안씨는 지난 1월부터 한 달간 양육수당민원 750건, 교육급여 301건을 비롯해 기초수급자, 기초노령연금, 장애인 등 총 4680명의 민원인을 상대했다.

지난 2월부터는 교육급여신청과 양육수당신청기간이 맞물리면서 숨 쉴 틈이 없어졌다.

교육급여업무의 경우 올해부터 교육청이 담당하던 교육급여신청이 동주민센터로 이관되면서 추가됐다. 또 양육수당업무는 올해부터 무상보육을 전면 시행하고 신청자가 급증하면서 지난해보다 30%가량 업무량이 더 늘었다.

그는 울산 북구 매곡동에서 아내, 어린 자녀와 함께 살았지만 지난 2주간은 업무 때문에 울산 중구 본가에서 출퇴근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구는 안씨가 공무원연금공단으로부터 공상 처리될 수 있도록 최대한 돕는다는 방침이다.


울산사회복지사협회 등 지역 복지계는 안씨의 죽음을 추모하며 근로환경개선 등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나설 계획이다.

울산=국민일보 쿠키뉴스 조원일 기자 wcho@kmib.co.kr
조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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