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꿈꾼 재미화가 최동열 인사동 선화랑서 개인전

대통령 꿈꾼 재미화가 최동열 인사동 선화랑서 개인전

기사승인 2013-03-31 19:16:01

[쿠키 문화] 재미작가 최동열(62)의 인생역정은 파란만장 그 자체다. 지금의 서울 인사동 아흔아홉칸 짜리 부잣집에서 자란 그는 정치인을 꿈꾸며 경기중학교를 다녔다. 경기고와 서울대를 나와 대통령이 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었다.

그의 할아버지는 1884년 갑신정변의 시발점이 된 우정국사건 이후 일본으로 건너가 한국학교를 세웠고 관서대 법대를 나와 민족대표 33인을 변호한 우리나라 초대 변호사였다. ‘물레방아’ ‘벙어리 삼룡이’ 등을 쓴 소설가 나도향의 누나였던 할머니는 우리나라 첫 피아니스트였다.

장손으로 집안의 기대를 한몸에 받은 작가는 그러나 공부를 게을리 한 탓에 경기고 시험에 떨어졌다. 15세에 고졸 검정고시를 치르고 한국외국어대에 들어가 베트남어를 전공했다. 이후 해병대에 지원해 17세 때 베트남 전쟁에서 2년여 동안 포로 심문 등 첩보활동을 하기도 했다.

그림을 제대로 공부한 적이 없던 그는 제대 후 1972년 미국으로 건너가 술집 바텐더, 태권도 사범 등을 하며 비로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1979년 미국 뉴올리언스대학교 미술관에서 전시를 열어 호평 받은 그는 10년간 이곳에서 활동했다.

이후 1990년 한국에서 첫 개인전을 통해 관심을 끌었고 20년간 국내 갤러리에서 전시를 열었다. 꽃과 여인 등을 소재로 하는 그의 작품은 특히 여성 애호가들로부터 인기를 얻었다.

최근 몇 년간은 히말라야의 매력에 푹 빠졌다. 1년에 두세 달씩 히말라야를 내 집 앞마당 드나들 듯 다니며 여러 봉우리를 배경으로 독특한 풍경화를 그렸다. 이 작품으로 4월 3일부터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신들의 거주지-안나푸르나, 칸찬중가’라는 제목으로 개인전을 연다.

국내에서 7년 만에 여는 이번 전시에서는 2011년 봄 네팔 히말라야 중부의 안나푸르나 산맥을 돌아다니다 베이스캠프인 촘롱마을에서 그린 작품, 그해 가을 칸첸중가를 찾아 종그리에서 머물며 현지에서 직접 그린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히말라야 산을 바라보는 누드 여성의 뒷모습을 그린 작품 등 30여점을 선보인다.

작가는 작년 봄 프라켄 곰파(해발 3945m)에서 아침을 맞으며 안나푸르나와 강가푸르나의 모습을 보고 “남은 삶을 히말라야의 얼굴을 그리겠다”고 다짐했다. 작품에서 히말라야에 대한 애정이 흠뻑 묻어나는 것은 그가 직접 안나푸르나, 칸첸중가 같은 고봉을 찾아다니며 느낀 바를 붓이 가는 대로 풀어놓은 덕분이다.

눈에 보이는 대로 정밀하게 묘사하는 대신 상징적인 누드나 정물을 더해 자신만의 시각으로 히말라야의 다양한 얼굴이 닮긴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냈다.

그는 “히말라야 산 깊숙이 들어가 자연을 대하면 오래전에 잃었던 고향으로 돌아오는 포근함과 파도처럼 몰려오는 원초적인 사랑에 들떠 하얗게 분장한 그녀의 초상화를 그리고 있는 강렬한 청년으로 돌아온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고 말했다. 미학 에세이집 ‘아름다움은 왜?’(디자인하우스)도 출간했다. 전시는 4월 16일까지(02-734-0458).

글·사진=국민일보 쿠키뉴스 이광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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