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조인성 “뱀파이어가 되고 싶다”

[쿠키人터뷰] 조인성 “뱀파이어가 되고 싶다”

기사승인 2013-04-12 11:28:01


[인터뷰]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이하 ‘그 겨울’)가 끝나도 ‘오수앓이’를 하고 있는 건 시청자만이 아닌가 보다. 지난 5일, 오수 역을 통해 군복무의 공백에도 녹슬지 않은 연기력을 호평 받은 조인성을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만났는데, 그 역시 자신이 연기한 오수에서 아직 빠져나오지 못한 듯했다. 마치 오수가 아니라 조인성이 겪은 일인 듯 드라마 장면을 이야기하고, 오수가 아닌 자신의 생각이 투영된 말인 듯 대사를 읊조렸다.

마초적 모습이 아니라 ‘우는 남자’가 섹시할 수 있고 아름다울 수 있음을 보여준 오수를 연기하다 보니 ‘울보’마저 닮게 된 건가. 드라마가 종영된 다음날 아침 일어났는데 기분이 이상하더라며 “너무 눈물이 났다. 하염없이 눈물이 났다”고 말하는데 오영(송혜교) 못지않게 많은 눈물을 흘리던 오수와 겹쳤다. 노희경 작가에게 전화를 걸어 “몇 신만 더 써 달라고”고 말했을 정도로 오수와 ‘그 겨울’에 대한 대단한 애착을 보이는 그의 이야기를 속 풀릴 때까지 맘껏 하라는 듯 반응 없이 들어주던 작가는 “연기 좀 대충하지. 그렇게 하다 명줄 줄어”라는 말로 안타까워했단다.

명줄이 짧아질 정도로 열심히 오수가 됐던 조인성에게 가장 묻고 싶은 건 눈매에서 나오는 표정연기와 눈물에 관한 것이었다. 드라마를 보며, 조인성의 연기를 보며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이 질문이 된 셈이다.

먼저 ‘우는 남자’. 곱게 생긴 얼굴이 우는 게 아니라, 굵질 굵직 잘 생긴 사내가 우니까 새로운 매력이라고 전하자 감사의 고개를 숙인다. 사실 남자배우들, 여자배우에 비하면 우는 연기가 많지도 않고 있다 해도 잘 울어 내지 못한다.

“제 직업을 갖고 일하고 있고, 거기서 충분한 상태에 있다 보니 사실 울 일이 없어요. 과거의 감정 끌어올리기도 하고 오수가 처한 상황을 그대로 느껴보려고 노력도 하죠. 3부부터 오열 신이 시작됐는데, 과거의 잘못들을 반성하며 ‘그땐 내가 너무 어렸으니까’라고 말하는 장면이었어요. 그때 너무 세게 울어 놓으니까 그 뒤의 눈물들은 밋밋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작가님이랑 김규태 감독님이랑) 우는 걸 줄일까 의논하기도 하고 우는 것의 포인트를 고민하기도 했네요.”

“사실 우는 연기가 체력적으로 힘들어요. 스태프 분들이 ‘우리 배우들 다 죽겠다’ ‘체력이 바닥을 치는구나. 애들이’ 걱정도 많이 하셨을 정도로 이번 드라마엔 우는 장면이 많았는데요. 그래선지 노 작가님께서 9부 끝난 뒤, 이제부턴 안 울고 16부에나 운다고 말씀하시더니 (웃음) 계속 대본에 ‘운다’ ‘운다’ ‘운다’가 나오더라고요.”

눈물을 어떻게 만들어 흘리는지부터 눈물에 얽힌 에피소드를 웃으며 들려주던 조인성의 얼굴이 갑자기 진지해진다. “조심스럽게 말씀드리자면…. 제 우는 모습이 좋게 비춰졌다면 (작가의) 필력이나 극본이 시청자를 따라오게 만들어 줬기에 민망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생각해요. 또 제가 갑자기 연기를 잘하게 됐다거나 한 건 아니고, 세월의 흐름과 그에 따라 쌓여가는 경험만큼 감정이 더 깊어진 영향이라고 보고요. 잘 우는 남자배우라는 말씀, 나쁘지 않게 들려 기분 좋습니다.”



조인성이라는 배우의 눈은 잘 울기도 하지만 따뜻하게 웃기도 잘한다. 군 입대 전에는 얼굴근육을 잘 쓰고, 동공의 움직임과 강렬하게 쏘는 눈빛을 통해 감정을 전달할 줄 아는 배우 정도라고 여겼다. 잘 생긴 이목구비까지 보태져 다른 어떤 남배우보다 얼굴연기에 관객의 눈을 모으는 배우였던 게 사실이다.

본인 말대로 경험치가 쌓이고 나이 들며 감정이 깊어져선지 ‘그 겨울’ 속 오수를 보노라니 동공을 움직이지 않아도, 눈빛을 쏴대지 않아도 여러 감정이 눈에 묻어난다. 때로는 통제 불능의 분노, 때로는 오영을 향한 멈출 수 없는 사랑, 때로는 인생의 허탈함, 때로는 따뜻한 연정이 정지된 동공 속에서 눈빛과 ‘눈매의 표정’으로 표출됐다. 업그레이드 된 눈 연기를 바탕으로 “이제는 좀 덜 표현해도 감정이 전달될 것 같다”는 의견을 건네니 이해가 빠르고 수용이 깊다.

“아, 무슨 말씀이신지 알 것 같아요. 지금 그 말 잘 기억해 둘 게요”라고 말하며 검지로 관자놀이를 짚는다. 얘기는 눈빛연기로 이어졌다.

“촬영을 마치고 편집본을 보러 갔을 때에요. 노 작가님을 만났는데, 작가님께서 모니터 안의 장면을 가리키시며 ‘인성아, 네게는 저 눈빛이 있어. 저 따뜻한 눈빛을 기억해 두도록 해’라고 말씀하셨어요. ‘그 겨울’을 하면서도 기억해 둔 그 눈빛을 다시 연기하기도 했지만, 앞으로 연기하면서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일단 저한테 무언가 남에게 없는 게 있다는 건 배우로서 좋은 일이고 무엇을 하기에 앞서 자신감을 주거든요. (손바닥으로 정중히 기자를 가리키며) 또 이런 뭔가 지적의 말씀도 저는 좋아해요. 조절에 대해 생각하게 하거든요.”

조인성의 이야기는 잘하는 것의 조절을 지나 새로운 것에 대한 실험으로 뻗어갔다.

“주변에서 잘한다, 잘한다 하셨지만 저는 솔직히 ‘그 겨울’ 하면서 ‘한계인가’ 느낀 적이 있어요. 작품이 어렵다 보니까 그랬던 것 같은데요. 어쩌면 그 한계, 벽을 느꼈기에 저는 그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새로운 시험으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무철(김태우)의 누나(정경순)께서 ‘무철이 갔다’라고 말씀하시는 신 있잖아요. 기존의 저라면 감정을 크게 드러냈을 텐데 이번엔 무덤덤하다 할 정도로 가만히 있었어요. 무철과 수만의 관계를 생각하고 연기했다면 뜨거운 감정이 나오겠지만, 영이가 수술을 앞두고 있잖아요. 수가 처한 전체 상황을 내려다보며 수가 취했을 행동을 생각하는 게 맞다고 판단한 거죠. 지금은 무철에게 가기보다 영이에게 집중하는 게 맞다 싶었고, 어차피 못 갈 거면서 울고불고 감정을 드러내는 건 너무 치기어리다 생각한 거죠. 이런 식으로 ‘그 겨울’에서 여러 가지 시험을 많이 했는데요. 새로운 것을 향한 시험은 좋은 거지만 위험지수도 높아요. 판단이 틀렸다면 완전히 어긋나는 거고, 시청자의 감정흐름을 깨는 거잖아요.”



새로움의 추구는 차기작과 배역에도 적용되는 이야기였다. “다음엔 장르로는 액션, 역할로는 뱀파이어를 해 보고 싶어요, 기왕이면 영화를 통해서요. 지금 이렇게 오영과 깊은 사랑을 나누고선, 얼마 안 돼 TV에 나와 다른 여자를 죽도록 사랑한다고 하는 것, 아무리 연기지만 저 스스로도 용납이 안 되고 시청자 보시기엔 우스우실 것 같아요. 연기는 진정성이니 말이죠. 그래서 멜로와 확 다른 걸 해 보고 싶고 여러 방면으로 여러 가지 얘기를 하고 있는데, 차기작이 뭐가 될 지는 아직 모르겠네요. 새로운 모습, 보여드리겠다는 약속만 드릴게요.”

묻지 않은 것, 그러나 팬들께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지막 질문으로 건네자 ‘가속도 붙은 열차’의 열망이 느껴지는 대답이 돌아온다.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에요. 제대하고 복귀 작까지 좀 공백이 길었고, 지금 한 작품 끝났으니 쉬자 하는 마음보다는 내처 달리고 싶네요. 그리 오래지 않아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트와일라잇’의 로버트 패틴슨을 능가할 미남 뱀파이어, ‘아저씨’ 원빈의 재림을 보는 듯한 스타일리시 액션배우로의 귀환을 기다리며 ‘그 겨울’의 오수를 보낸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홍종선 기자 dunastar@kmib.co.kr / 사진=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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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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