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살과의 전쟁’ 다이어트?…왜 ‘살’이 평생의 숙제가 됐을까

[Style] ‘살과의 전쟁’ 다이어트?…왜 ‘살’이 평생의 숙제가 됐을까

기사승인 2013-04-13 12:5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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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문화] 90년대. 그 당시 하이패션에서든 매스컴에서든 선호하는 몸매는 분명 건강하게 살집이 있는 몸매였다. 55사이즈, 44사이즈 따위로 치수에 국한되지 않는 말 그래도 건강미가 흐르는 몸매 말이다. 물 흐르듯 부드러운 선을 가지고 있는 그녀들이 잡지와 TV를 장식하고, 롤 모델이 되었다. 볼륨감 있고 여성미가 넘치는 그 몸매들은 분명 당대 여성들의 ‘워너비’였다. 그리고 그 ‘워너비’속에 강박관념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 몸매가 되기 위해 뼈를 깎고, 살을 찢는 고통을 감수한다는 것은 그 때에는 분명 비상식의 범주였다.

그러나 상식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문화적으로는 결핍에 가까운 ‘새마을 운동’세대를 지나 소비지향적 문화가 번지기 시작하며 여성들은 자신에게로 눈을 돌렸으나, 불행하게도 이는 내면보다는 외적인 부분에 집중됐다. 여성들은 자신을 소비시키기 시작했다. 객관적으로 재어지지 않은, 주관적 시선 속에서. 슬슬 깡마른 모델들이 런웨이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사이즈는 비정상적으로 작아졌으며, ‘트위기’(twiggy, 영국의 모델 겸 여배우 레슬리 혼비의 별명, 몸무게가 50kg도 채 안나갔다)들이 런웨이가 아닌 거리에 활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른 몸매는 점점 ‘스타일리시’ ‘패셔너블’‘페미닌’으로 포장되어 덩달아 여성들의 의식 속에서 소비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강박관념 속에 살고 있다. 슈퍼모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뼈뿐인 몸매를 명품으로 휘감으며 런웨이를 걷고 있고, 우리는 그녀들의 사진을 저장해 놓고 식욕이 치밀어오를 때마다 보며 욕망을 억누른다. 기아로 굶주리는 어린이들이 있는가 하면, 그 반대편에서는 풍요로운 식생활 속에서 거식증으로 자신을 학대하는 여성들이 있다. 몸매는 사회적 권력이 되고, 미모는 높은 평가의 척도가 됐다. ‘자기 관리’라는 말로 대변되는 다이어트는 하지 않으면 이상한 사람이 되는 사회.

모델 뿐만 아니라 연예인들도 마찬가지다. 살인적인 다이어트로 기아에 가까운 몸매를 유지하고 있는 그녀들은, 수척하고 볼품없이 덩달아 살이 빠져 노화된 얼굴을 보기 좋아 보이게 유지하기 위해 아무도 모르게 보형물을 넣고, 지방을 주입한다. 이러한 기현상은 비단 연예인에 그치지 않는다. 살을 빼기 위해 수백만원을 투자하고, 그렇게 빠진 살 때문에 늙은 얼굴을 젊어보이게 하기 위해 강남에 줄을 지어 시술을 받은 후 만족하는 예는 이제 우리 주변에서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이게 대체 무슨 짓일까.

‘삶의 질’의 기준이 대체 왜 ‘살의 양’에 따라 결정되는 것일까. 왜 우리는 사이즈에 즐거워하고, 몸무게에 슬퍼하게 됐을까. “살찐 사람은 자기관리를 못하는 것 같아서 싫다” “뚱뚱하면 취업도 힘들다”
“뚱뚱해서 왕따가 되었다”. 우리 의식의 표피를 둘러싸고 있는 말들이다. 이 말들은 대개 우리 생활 속, 상식의 범주에서 당연하게 쓰이고 있다. 그러나 이 상식은 이상하다. 우리를 옥죄는 상식은 상식이 아니다.

“평생의 숙제, 다이어트”라는 말이 최근 한 포털의 패션/뷰티 기사면의 화두다. 이 말에서 이상한 점을 느끼지 못했다면 당신도 이미 ‘살의 노예’다. 어째서 현대인의 인생에 걸쳐 달성해야 할 위업은 꿈도, 사랑도 아닌 살이 되었을까?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은지 기자 rickonbge@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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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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