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새벽 4시 40분께 MDL 북쪽 야산에서 발생해 남쪽으로 번진 불길은 24시간여 만에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으나 날씨가 맑아지고 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되살아났다. 군과 산림·소방당국은 불길의 남하를 막으려고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현재 불에 탄 구간은 동서 길이 13㎞에 이른다. 피해 지역에는 아직 연기가 자욱하고 불씨가 남아 있다. 인명이나 군 시설물 피해는 없었지만, 정확한 화재 상황은 확인하기 어려운 상태다.
화재의 원인은 비무장지대 북방 북한 지역에서 영농작업을 하다 일어난 것으로 군 당국은 잠정결론짓고 있다. 군 관계자는 14일 동부전선 DMZ 일대에서 발생한 산불은 북측 최전방 GOP 뒤쪽에서 시작됐으며 영농작업을 하다 발생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군 일각에서는 최근 미사일 발사 위협으로 한반도 위기를 고조시켰던 북한이 화공(火攻) 작전을 편 것이 아니냐면서 한때 초긴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DMZ 일대에서는 거의 매년 산불이 발생하고 있다. 북측이 경계를 위한 시야 확보 차원에서 불을 놓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군인들이 직접 먹거리를 장만하는 북한군의 특성 상 영농 작업이 활발한 봄철에 주로 화재가 집중되는 경우도 있다. 영화 ‘공동경비구역JSA’에서는 남측이 시야 확보를 위해 갈대밭에 불을 놓는 장면도 나온다.
북측에서 화재가 시작됐을 경우 정확한 원인은 밝히기 어렵다. 또 DMZ라는 특성 때문에 초기에 산불을 발견해도 진화할수 없다. 남쪽까지 넘어오는 것을 지켜보다 뒤늦게 진화에 나서다 보니 작은 불씨에서 시작된 산불도 쉽게 확산된다.
이 때문에 우발적인 화재를 막기 위해서라도 양측이 대화채널을 유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DMZ의 자연 생태계를 보호하고 민통선 주민들의 생활을 위해서라도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05년 4월 8일 유엔사를 통해 분단 이후 처음으로 민간헬기가 남쪽 DMZ 내에서 소방활동을 벌인 적도 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