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리 장관은 14일 도쿄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과 만난 뒤 북한을 향해 “대화의 문을 열어두고 있으며 다가설 준비가 돼있다”고 강조했다.
일본 방문에 앞서 중국을 방문한 케리 장관은 13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리커창(李克强) 총리, 왕이 외교부장 등 중국 지도부를 잇따라 만나 ‘미국식 대 북한 해법’을 강력하게 설파했다.
케리 장관은 중국 지도부와의 만남에서도 “미·중은 평화적 방식을 통한 한반도 비핵화를 공동으로 추진키로 했다”고 말해 대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케리 장관의 발언은 북한과의 대화의 장은 열어두면서도 중국이 북한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여 북한이 핵 개발도 포기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최근 B-2 스텔스 폭격기 등 첨단 전략무기 한반도 파견 등으로 무력시위를 했지만 북한의 더 강한 반발을 불렀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뚜렷한 대북 해법을 갖지 못한 미국으로서는 중국의 ‘지렛대’ 역할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커진 상황이다.
미국은 중국이 북한의 핵 개발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공개적인 반대를 표시하고,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를 이행하는 등 과거와는 달리진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대북 압력에 소극적이라고 평가한다.
물론 미국은 중국에 당근도 제시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동아시아에 배치된 미사일 방어망(MD)을 축소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것이 그것. 이는 MD 강화에 우려를 보이는 중국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할 수 있는 유인책이라고 AP통신 등은 분석했다. 또 북한과 대화 의사를 밝히며 6자회담 재개를 시사한 것도 한반도에서 6자회담을 통해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싶어 하는 중국을 의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케리 장관의 ‘중국 움직이기’가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중국 지도부의 발언을 보면 ‘한반도 비핵화 필요성에 대한 공감’ 외에는 양측 간 이견이 상당하다는 쪽에 더 무게가 실린다.
리커창 총리가 북한 정권을 자극할 수 있는 행동을 미국이 하지 말 것을 강조한 것도 그예에 해당된다. 그는 또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관련국들이 모두 책임을 짊어져야 한다”며 미국의 자세 전환을 촉구하기도 했다.
중국 지도부가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거듭 강조한 것은 압박보다는 대화와 협상 정국으로의 전환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는 기존 입장을 계속 고수하고 있음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