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질방과 PC방에서 스마트폰을 훔치다 잡혀온 17살 김모군은 형사 앞에서 자신의 슬픈 사연을 털어놓으며 선처를 호소했다.
자신이 3살 때 목사가 운영하는 고아원에 들어갔는데, 중학교를 졸업한 뒤부터 원장이 고등학교를 보내지 않고 매일 페인트칠 일을 시키자 너무 힘들어 도망쳐 나왔다는 것이다. 김군은 청소년쉼터 등 서울과 수도권 일대를 전전하면서 지내오다가, 일을 하여 돈을 벌려고 하였지만 이마저도 불가능했다고 했다. 고아원 원장이 주민등록증은 만들 필요가 없다며 만들어 주지 않아서 신분증이 없어서 신원이 불확실해 퇴짜를 맞았다는 것이다. 배가 고파서 어쩔 수 없이 남의 물건을 훔치게 되었다며 경찰에서 조사를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진술했다.
김군은 “부모가 있는지 없는지 아무것도 모르는데, 부모님을 찾을 수는 없냐”며 “만약 부모님이 살아 계시다면 자신은 어떻게 되는 거냐”고 울먹였다. “이번만 봐주시면 열심히 공부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싶다”고도 했다.
김군을 딱하게 여긴 담당 형사도 “내가 신원보증을 서서라도 주민등록증을 만들어주겠다”며 “고아원 원장을 찾아 처벌하고, 유전자 검사로 부모님도 찾을 수 있다”고 격려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김군의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김군이 가지고 있던 USB메모리카드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김군이 전과 사실이 있는 가출 소년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그는 목욕탕에서 함께 스마트폰을 훔치다 같이 붙들려 온 14살 후배에게 “너는 초범이니까 금방 풀어 줄 것이니 내 진짜 이름은 말하지 말라”며 당부해놓고, 개그콘서트의 한 코너에서 본 것을 흉내내 거짓 진술을 한 것이다.
김군이 스마트폰을 훔친 것도 밝혀진 것만 모두 15회. 그에 앞서 특수절도로 여러번 경찰에 붙들려와 소년보호 처분을 받은 것만 3번이었고 경찰의 선처로 기소유예를 받은 것이 6번, 보호관찰 처분을 받고 수배를 당한 적도 1번씩 있었다. 같이 붙잡혀 온 후배는 1년전 청소년쉼터에서 알게된 사이였다.
김군은 1년 전 집을 나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그동안 사우나, 상점, PC방 등지에서 스마트폰이나 카메라, 지갑 등 돈이 되는 것은 눈에 띄는 대로 훔쳤다. 스마트폰이나 카메라는 인터넷으로 팔았다. 경찰은 여죄수사와 함께 장물 판매처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김미나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