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생활] 직장인 이 모(29)씨는 최근 피부 트러블로 고민을 하다 인터넷에서 유기농 화장품을 구매해 보기로 했다. 포털사이트에 ‘유기농 화장품’이라고 검색을 하자 수 십 개의 제품 사이트가 나왔다. 유기농 화장품으로 입소문이 났다는 한 사이트에 가보니 제품 가격대가 평소 쓰던 제품 라인에 비해 2배가량 비쌌다. 유기농 화장품이 피부 건강에 좋을 것이라는 믿음에 20만원 어치 제품을 구입했다는 이씨. 알고 보니 해당 제품은 ‘유기농’ 인증도 되지 않은 화장품이었다. 이씨는 제품을 사용한 뒤 피부 트러블도 나아지지 않는 것 같은 데다 돈만 낭비한 것 같아 후회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 피부 건강을 위해 천연, 유기농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요즘 백화점, 화장품 매장, 드럭스토어 등을 방문해보면 ‘유기농 화장품’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그만큼 친자연적인 화장품에 대한 고객들의 선호가 높아진 탓이기도 하다. 이러한 열풍을 타고 유기농 화장품 시장규모가 연 평균 7~8%의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유기농, 친환경 단어에만 너무 쉽게 현혹되고 있다. 보통 유기농이라고 하면 소비자들은 가격이 2~3배 비싸다 해도 기꺼이 지불할 의사를 갖는다. 반면 유기농 인증과정에 대해서는 모르는 경우가 많다. 유기농 화장품은 무엇일까.
우선 유기농 화장품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유기농은 화학 비료나 농약을 쓰지 않고 유기몰을 이용하는 농업 방식이다. 유기농은 결국 친환경농업이며, 이는 자연 생태계와 환경을 유지, 보전하면서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간에게 이롭다. 이러한 친환경 농업 방식에 따라 농약 등 화학자재를 사용하지 않거나 최소화한 원료들을 모아 만든 제품이 유기농 화장품이다.
유럽 등 해외에서는 유기농 제품에 대한 인증 기준이 까다롭다. 대표적으로 프랑스의 에코서트, 독일의 BDIH(베데이하), 미국의 USDA 등이 있다.
에코서트는 EU 법규에 따라 농산물 및 그 가공품에 대한 유기농 생산물을 심사한다. 에코서트의 마크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95% 이상 천연 성분 중 유기농 성분이 10% 이상 함유된 원료를 사용해야 하고 화학성분은 첨가되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이 있다. 에코서트를 받기 위해서는 동물테스트를 금지해야 하며, 재활용 가능한 용기를 사용해야 한다는 조건도 붙는다.
USDA는 원료의 95% 유기농 성분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USDA는 미국 농무부에서 부여하는 미국 유기농 농산물과 가공식품에 대한 인증을 책임지는 기관이다. 인체에 악영향을 미치는 방부제, 화학물질은 전면 배제해야 하는 엄격한 심사기준이 적용된다. 아울러 BDIH는 독일 제약, 건강식품, 화장품 등 약 440여 기업들이 모여서 설립된 유기농 천연 화장품 인증 연합단체다. BDIH 기준에 따르면 모든 제품이 유기농, 자연에서 채취한 식물성 원료로만 제조돼야 한다는 원칙이 있다. 동물성 원료 사용도 전면 금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아쉽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유기농 화장품 인증기관이 단 1개도 없다. 정부에서도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고 유기농 화장품 인증기관 설립을 추진 중이다. 유기농 화장품에 대한 한국 소비자들의 선호가 갈수록 급증하고 있지만 국내에서 유기농 화장품을 인증해주는 기관이 없다는 점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그렇다보니 해외에서 유기농 화장품을 인증 마크를 받으려는 업체들도 많다. 소비자들이 그만큼 유기농 인증마크에 대한 높은 믿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유기농 화장품에 대한 최소한의 규정 기준은 마련돼 있다.
한국은 이제 유럽, 미국 등과 견줄 만한 높은 화장품 생산 능력, 향상된 화장품 품질을 자랑하고 있다. 반면 자연, 유기농, 천연 화장품에 대한 기준은 뒤처져 있는 게 현실이다. 내 가족, 내 아이 등이 믿고 사용할 수 있는 유기농 화장품. 한국도 이제 유기농 인증마크에 대해 관심을 가져봐야 하지 않을까.
국민일보 쿠키뉴스 장윤형 기자 vitamin@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