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사건의 핵심은 ‘1차 성추행’이 발생한 7일(현지시간) 밤과 ‘2차 성추행’이 있었다고 알려진 8일 새벽, 실제 어떤 일이 있었는가이다.
하지만 이에 묻혀 넘겨버려서는 안 될 사안이 있다. 청와대와 각 부처가 주요 해외 행사 때마다 현지에서 임시로 뽑아 배치하는 인턴 제도 운영에 관한 것이다. 윤 전 대변인으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당한 여성 인턴도 주미 한국대사관이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를 위해 뽑은 임시 인턴 30여명 중 1명이었다.
박 대통령의 워싱턴 체류 때 사흘간 업무를 도운 이들을 인턴으로 불러야 하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인턴이라면 최소한 몇 개월은 해당 부처나 기업에서 경험을 쌓아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자원봉사자라는 단어가 더 적당하다고 하는 이도 있다.
명칭이야 어떻든 대사관의 임시 인턴제도는 수십년 전부터 운영돼 온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방문 등 범정부 차원의 행사 외에도 각 부처 장·차관이 주재하는 해외 행사에도 임시 인턴이 동원된다. 이처럼 대사관이나 각 부처가 인턴을 쓸 수밖에 없는 것은 현지 사정을 잘 알고 영어에 능통한 인력이 해외 행사를 치를 때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대부분 교포 1.5세거나 2세인 현지 대학생들에게도 대사관 인턴은 인기다. 보통 여름방학 기간 등을 이용한 대사관 정규 인턴은 물론 이번처럼 사나흘짜리 임시 인턴도 외교 현장을 체험할 수 있는 드문 기회이다. 무엇보다 취업 때 필요한 ‘스펙 쌓기’에 유리하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해외에서 행사를 치러 본 외교관이나 주재관들은 원활한 행사 진행을 위해 잔일을 도와줄 현지 보조 인력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잔심부름과 안내, 서류 복사 등을 할 인력까지 한국에서 모두 데려올 수는 없고 오더라도 현지 사정에 어두워 별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이를 100% 수긍하더라도 최소한 몇 가지에 대해서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윤 전 대변인은 부인했지만 교포 중에는 호텔에서 “술을 갖다 달라”고 인턴에게 부탁했다는 얘기 등에 분노하는 이가 많다. 인턴에게 호텔 종업원 업무까지 시킨 셈인데 공·사의 구분이 이처럼 모호해도 되느냐는 것이다. 관료들이 호텔 프런트 데스크에 영어로 의사 표현도 제대로 못하던 때 만들어진 관행이 지금도 관성적으로 반복되고 있다고 질타하기도 한다.
아직 사회 경험이 없는 여학생을 배치하면서도 공무원이나 인턴들에게 성희롱·범죄 예방이나 사후 대응 교육을 시켰는지도 의문이다. 윤 전 대변인의 경우 현지에서 고용한 운전기사가 있는데다 어린 여학생 인턴까지 비서로 붙였다. 남학생 인턴보다 고분고분하고 남성 상급자가 선호한다는 점이 피해 여성 인턴의 업무 배치에 고려되지 않았는지도 따져 볼 문제다.
보안 문제도 점검해야 한다. 윤 전 대변인은 귀국 후 청와대 민정수석실 조사에서 “여성 인턴이 자료를 갖다 주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호텔 키를 줬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대통령의 동선을 모두 파악할 수 있고, 주요 서류가 있을 수도 있는 대변인 방의 열쇠를 인턴에게 맡겼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아무리 좋은 제도도 의도적으로 악용하는 개인에겐 못 당한다’는 말로 자위할 일이 아니다. 임시직 인턴 인력관리나 보안 문제에 대해 제대로 된 가이드라인이라도 있는가.
워싱턴=국민일보 쿠키뉴스 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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