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량을 늘려달라는 한국 지사의 요청을 거절하던 해외 본사 회장이 등산하는 한국인의 모습을 본 후 추가 물량을 지시했다는 웃지 못 할 일화나, “뒷동산 올라가는데 복장은 히말라야 수준”이라고 말한 외국인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우리나라의 아웃도어 인기는 해외에서도 이례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5조 8000억 원 규모로 성장한 국내 아웃도어 시장에 대해 삼성패션연구소는 올해 전망치를 6조 4000억 원으로 설정했다. 이는 미국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 규모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90년대부터 입점했던 노스페이스ㆍ컬럼비아뿐만 아니라 최근 아크테릭스ㆍ마무트ㆍ하그로프스를 필두로 100여 개에 달하는 해외 브랜드가 경쟁하듯 국내에 진출했다. 국적 또한 미국ㆍ이탈리아ㆍ스페인 등으로 다양하다.
하지만 이러한 브랜드들은 본사에서 직접 한국에 지사를 세우는 형태가 아니라 유통업체가 해외 브랜드 제품을 국내로 수입해 유통 판매를 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아크테릭스를 담당하는 넬슨스포츠와 몽벨ㆍ잭울프스킨을 담당하는 LS네트웍스, 도이터를 담당하는 디케이크리에이션이 대표적인 예다. 심지어 하그로프스 코리아, 몬츄라 코리아 등 해당 브랜드만을 전개하고자 설립한 유통업체도
존재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국내 아웃도어 시장에서 자체적으로 브랜드를 만드는 부담감을 감수하기보다 역사가 깊은 해외 브랜드의 인지도를 통해 단기간 내에 효과를 보기 위한 목적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도이터를 수입하는 디케이크리에이션 관계자는 “국내 아웃도어 시장의 경우 아직까지는 브랜드를 직접 만들어 관련 시장에 진출하기가 힘든 상황”이라며 “오랜 역사를 가진 해외브랜드라면 인지도 면에서 소비자들이 끌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토종 브랜드들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무덤덤한 반응을 보이며 아직까지 뚜렷한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블랙야크 관계자는 “아직 해외 브랜드의 국내 진출에 대해 크게 위기감을 느끼고 있지 않다”며 “지금까지 하던 대로 자체 브랜드 콘셉트에 맞게 기술력과 제품 성능을 강화하는 데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투스카로라 관계자 역시 “이는 과열된 시장 경쟁으로 나타난 우리나라의 특수한 현상”이라고 평하면서도 “아직까지는 국내 브랜드가 시장을 선도하고 있기 때문에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민우 인턴기자 ronofsmw@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