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독일을 방문 중인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26일(현지시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유로존 안정이 중국뿐 아니라 전세계에 이익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 총리는 이어 “중국은 유로존이 위기를 극복하도록 도울 것”이라며 “우리는 유럽을 변함없이 지지하며 협력을 넓혀나가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양국 총리는 이날 폴크스바겐과 상하이자동차, 키온과 웨이차이파워 등 동종 기업들의 교류와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17개 항의 상호협정에도 서명했다.
세계 2위 지게차 제조업체인 키온은 “이번 협정으로 중국 산둥중공업 계열의 디젤엔진기업 웨이차이파워와의 협력이 강화될 것”이라며 “중국 국가개발은행(CDB)으로부터 더 폭넓은 금융서비스를 제공받게 됐다”고 반겼다. CDB는 키온과 산둥중공업에 지금까지 5억 유로(약 7250억원) 상당의 자금을 공급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산둥중공업은 지난해 4억6700만 유로 상당의 키온 주식을 매입했으며, 이는 양국 기업 간 최대 규모의 투자였다.
한편 중국은 우호적인 분위기는 이어가면서도 이번 기회에 유럽연합(EU)과의 무역분쟁을 담판 지을 방침이다.
최근 중국이 EU와의 무역을 확대하면서 덤핑을 비롯한 양측의 무역갈등은 더욱 심화되는 추세로 현재 EU가 조사 중인 전체 31건의 무역분쟁 중에서 18건이 중국과 관련돼 있을 정도다. 특히 양측의 갈등은 EU가 이번 달 중국산 태양광패널에 사상 최고치인 평균 47%의 보복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하면서 최고조에 이르렀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종산 상무부 부부장은 27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카렐 드 휴흐트 EU통상담당 집행위원과 만나 EU가 중국산 태양광패널과 무선장비에 대해 덤핑판매 조사를 벌이는 것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현재 EU를 상대로 한 전체 수출의 7%에 육박하는 210억 유로(약 30조4700억원) 상당의 태양광패널을 유럽지역에 수출하고 있다. 중국 태양광패널 생산업체들이 자국내 태양광 제품의 공급과잉과 수요감소를 타개하기 위해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수요가 많은 유럽 시장에 눈을 돌리면서부터 양측의 분쟁이 격해졌다.
그동안 EU는 중국이 유럽 국가들을 상대로 태양광패널과 통신 장비를 지나치게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고 비난해왔고, 이번달 초에는 중국산 태양광패널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이어 지난 15일에는 중국 통신업체인 화웨이와 ZTE(중싱)에 대해 반독점 조사를 시작할 것이라고 발표하는 등 중국의 가격공세에 대해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다.
리커창 총리는 이를 두고 “EU에게 이롭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손해를 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메르켈 총리도 “태양광과 통신 등 여러 부문에서 최대한 많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나갈 것”이라며 “상호 보복관세와 같은 방법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메르켈 총리는 이어 “EU 차원에서 중국산 태양광 제품에 과도한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앞으로 6개월 동안 적극적으로 무역분쟁의 해법을 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로존의 중심축인 독일이 중국과의 무역분쟁에서 전향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그동안 강경일변도로 나왔던 EU 집행위원회의 반응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