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판사' & 음주운전 치과의사가 몬 벤츠에 치여 숨진 마티즈 운전자의 원혼

'하나님 판사' & 음주운전 치과의사가 몬 벤츠에 치여 숨진 마티즈 운전자의 원혼

기사승인 2013-06-02 11:3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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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 전정희의 스몰토크 lite] 건전한 가치관을 가지고 선하게 살아가는 여러분이 다음 사항에 답해 보십시오.

① 나는 직장인으로 성실하게 살아간다. (예 / 아니오)

② 나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익힌 전문성을 활용해 사회에 봉사활동을 하곤 한다. (예 / 아니오)

③ 나는 가끔 내가 속한 직능단체 또는 사회단체에서 나의 전문 재능을 바탕으로 자문 활동을 하고 있다. (예 / 아니오)

많은 직장인이 ‘예’라는 대답을 할 겁니다. 위 세 가지 조건이 꼭 맞지는 않더라도, 성실하게 살아가며 사회에 자신의 재능 기부를 할 겁니다.

그런데 이런 자신이 음주운전을 하다 교통사고를 내 상대 차량 운전자를 사망케 하는 사고를 일으켰다고 가정해 봅시다. 정말 우리들의 삶에 끔찍한 일이 벌어진 거지요. 음주운전을 한 자신을 원망하며 죄 값을 달게 받아야 할 겁니다.

한데 법원이 내가 사회 봉사한 전력이 있다며 집행유예를 시켜 줍니다. 일상 생활에 아무런 지장이 없는 자유인이 된 거지요. “서프라이즈!”라며 기뻐 놀라 자빠지겠지요. 판사가 하나님처럼 보일 겁니다. 지옥에 있다가 천국으로 ‘순간이동’한 셈이 되겠지요.


실제 이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 사람 정말 행복하겠네요. 앞으로 봉사활동을 평생하지 않을까요? 자식들은 법조인 시키려고 온 재산을 투자하지 않을까요? 법조인은 하나님이니까요.

치과의사, 음주운전으로 사고내 마티즈 운전자 사망…판사 "사회봉사 전력있다" 자유인 돼

광주(光州)에 사는 치과 의사 한모(47)씨는 지난 2월 13일 오전 3시께 광주 북구 동림동 한 교차로에서 벤츠 승용차를 몰고 가다 교통사고를 일으켰습니다. 교차로에서 신호 대기 중이던 최모(55·여)씨가 모는 마티즈 승용차를 들이 받았습니다. 한데 마티즈 승용차에 불이 나면서 안에 타고 있던 최씨가 불에 타 숨졌습니다. 이런 비명횡사가 없지요.

알고보니 가해자 한씨는 혈중 알코올 농도 0.145%였습니다. 음주운전이었지요. 한씨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됐습니다. 그러나 광주지법 형사 4단독 김대현 판사는 한씨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일상으로 돌아가 치과의사 계속 하겠네요. 무고한 사람이 음주운전자에 의해 죽었는데 풀려난 겁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이렇게 말합니다.

“유족과 합의했고 차량이 자동차 종합보험에 가입된 점, 한씨가 평소 무료진료 등 봉사 활동을 하는 점 등 사정을 참작했다.”

알량한(?) 죄에 대해선 이렇게 말합니다.

“음주 수치가 높고 피해자가 자동차 안에서 불에 타 숨지는 등 피해가 중대한 점, 한씨가 음주운전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는 점 등을 보면 책임이 가볍지 않다.”

이미 음주운전 전력이 있었네요. 자동차 안에서 타죽은 건 사람이 아니라 애완견인 듯한 인상의 판결문이네요.

더구나 사고 당시 한씨의 승용차가 사고 현장에서 300m가량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것을 두고 뺑소니 혐의 적용을 검토했으나 속도를 줄이지 못했을 뿐 뺑소니 의사는 없었던 것으로 판단했다고 합니다.

한씨는 특히 이 사건을 조사한 경찰서 발전위원회 행정분과위원회 소속 위원으로 활동한 사실이 있다고 합니다.

역사는 죽은 사람, 판사는 산 사람 심판한다는데…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법조문을 잘 모릅니다. 법 어길 일 별로 없으니까요. 아, 무단 횡단한 적 더러 있습니다.

백날천날 공부한 판사님, 한씨의 음주운전 교통사고 사망사건 법으로 따져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선고했겠지요.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믿고 싶습니다. 그러나, 그러나 말이죠. 마음으로 받아들여지지가 않습니다.


여러분은 위 세 가지 질문에 예, 예, 예라고 대답한 사람으로 자신이 한씨와 같은 사망사고를 냈다고 가정하고 '하나님 판사'의 혜량으로 풀려났다면 믿겨질거 같습니까? 선대가 얼마나 덕을 쌓았으면 그리 풀려날까요? 풀려나도 양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나를 감옥에 넣어줘!”라고 하거나 죄책감에 다리 위를 서성이지 않을까요?

법은 산 사람을 심판하고 역사는 죽은 사람을 심판한다고 하는데 그 심판이 “이 눔의 나라가 과연 법치국가인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역사가 죽은 사람을 심판 못하니, 법이 산 사람 제대로 심판 못하니 판사가 ‘살아 있는 권력’을 심판 못하는 것이겠지요.

이런 가진자들의 권력이라면 비명횡사한 50대 여인의 혼이 돌아다니며 심판할 것 같습니다. 최근 SBS TV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방영된 ‘영남제분 회장 부인의 이상한 외출’ 편에서 세상 갑(甲)의 횡포를 알았듯 이 사건 또한 그와 유사함을 지니고 있네요. 청부 폭력으로 희생된 그 여대생의 원혼도 떠돌겠지요.

이러한 억울함이 메시아를 부르고, 정감록을 낳습니다. 이 땅에 법이 살아 있지 않으니 보통 사람들은 하늘의 구원과 내세를 바라보는 거지요. 그 여대생과 그 50대 여인의 원혼이 권력자들 담을 넘기엔 역부족인 세상인가 봅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전정희 선임기자 jhj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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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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