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지구촌] 개성공단이 실질적으로 기능했던 남북 간 유일한 대화창구였다는 사실이 미국 외교전문을 통해서도 확인됐다. 이런 정황증거는 개성공단이 폐쇄로 남과 북을 연결하는 ‘마지막 통로’마저 막혀버린 현 상황에서 향후 공단 재가동을 위한 선결조건이 무엇인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최근 공개한 미 국무부의 관련 외교전문에는 개성공단을 둘러싼 한국 정부 관리들의 고민과 미국 정부의 우려스런 시선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주한 미국 대사관이 미 국무부와 주한미군 사령부 등에 보낸 1급 기밀문서들에는 한국 정부 관계자들과 미 국무부 관리들이 한반도 긴장에 따른 개성공단 문제를 논의한 내용들이 등장한다.
2009년 7월 24일 주한 미국 대사관이 작성한 문건에는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같은 달 20일 서울에서 김성환 당시 대통령실 외교안보 수석비서관(전 외교통상부 장관)과 북한 관련 현안들을 논의한 내용이 나온다. 이 자리에서 캠벨 차관보는 김 수석비서관에게 한국 정부가 북한 관리들과 연락할 수 있는 비공식 경로가 있는지 물었고 김 수석비서관은 다른 경로가 없을 뿐만 아니라 기존의 경로도 개성공단 문제로 경색된 상태라고 답변했다.
김 비서관이 “북측은 그저 돈에 대해서 얘기하려고만 든다”면서 “기본적으로 남측이 지불 준비가 될 때를 알려달라고만 한다”고 토로한 대목도 눈에 띈다. 남북관계가 대립 일변도로 흘렀던 지난 5년간의 남북 간 소통 현실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이런 상황은 남북 간 긴장과 완화를 반복했던 참여정부 시기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06년 7월 21일 주한 미 대사관 문건에는 박선원 당시 대통령비서실 통일외교안보 전략비서관과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가 논의한 내용이 적혀있다. 같은 달 5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따른 긴장고조로 개성공단 내 남북당국 간 접촉 중단에 대한 우려가 문서 곳곳에 드러난다. 당시 개성공단 내 남측 정부 관계자들에 대한 퇴거조치는 공식적인 남북 당국 간 연락사무소의 폐쇄를 뜻했고, 남측 정부 관계자들이 북한에 거주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 없어지는 것을 의미했다.
같은 해 4월 28일자 문건에는 버시바우 대사가 송민순 당시 대통령비서실 통일외교안보 정책실장(전 외교통상부 장관)과 오찬 모임을 가졌던 기록이 남아있다. 송 정책실장은 개성공단이 미 정부의 지지를 받기를 원한다는 말을 전했고 버시바우 대사는 “미 정부가 개성공단의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하지는 않지만, 공단 내 노동문제와 급여에 대해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의문들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송 실장은 개성공단이 한국 정부 대북정책의 본질을 보여준다고 강조하며 근접(contiguity), 동족(consanguinity), 합치(congeniality)라는 ‘3cons’에 대한 설명을 곁들였다.
이보다 사흘 앞선 25일에는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가 서울에서 유명환 당시 외교통상부 1차관(전 외교통상부 장관)과 윤병세 외교통상부 차관보(현 외교통상부 장관)를 만나 의견을 교환한 내용이 나온다. 이 자리에서 힐 차관보는 개성공단이 북한 경제가 무너지지 않는 이유를 설명해주는 상징이 됐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런 장면들은 미국 정부가 개성공단을 대북 제제의 구속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지목해왔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미국은 개성공단이 북한과의 대화 통로라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북한 협박의 볼모가 된다는 양면성에 초점을 맞춰 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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