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현직 부장판사가 국가정보원의 선거 개입 의혹 사건에 대해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창원지법 이정렬 부장판사는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보도된 내용이 사실이라면 국가기관이 헌법질서와 민주주의를 유린하는 그런 엄청난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동안, 소소한 행위도 법에 어긋날까 노심초사하셨던 우리나라의 보통사람이 너무나 불쌍하다”며 철저한 진상 규명과 재방방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창원시 진해구 선거관리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는 이 부장판사는 지난해 대통령선거 당시 트위터를 통해 선거법 위반 여부에 대한 상담을 해 ‘공직선거법 1호 해설가’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는 사소한 행위도 선거법에 저촉될까봐 주의했던 평범한 시민들과, 일당까지 줘가며 노골적인 정치 개입을 시도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는 국가정보원을 대비시키며 “우리나라의 보통사람이 너무나 불쌍하다”고 적었다. 다음은 이 판사의 글 전문.
지난 겨울, 트위터를 통해서 선거법에 대한 질문을 주신 많은 분들께 답변을 해 드린 일이 있었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궁금해 하셨던 것은 그 이름도 거창한 부정선거도, 관권선거도 아니었습니다. 오로지 자신이 하려고 하는 작은 행위가 선거법에 저촉될 수 있는지였습니다. 그런 행위라는 것들은, 차량에 지지하는 후보자의 사진을 붙여도 되는지, 로고송을 통화연결음으로 사용해도 되는지, 투표인증샷을 찍을 때 손가락으로 ‘V’표시를 해도 되는지, SNS의 플픽에 지지하는 후보자가 누구인지를 나타내도 되는지, 그의 사진을 사용해도 되는지 등등 어찌 보면 지극히 사소한 것들이었습니다.
그런 질문들을 받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우리나라 사람들 참 착하시구나. 사소한 행위를 하면서도 법을 어기지 않으려고 애쓰시는구나’라는 것이었습니다. 준법정신이 투철하신 우리나라 사람들이 참 멋지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선량한 분들께서 내시는 세금으로 살고 있다는 생각에 더한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잠자는 시간, 밥먹는 시간을 쪼개 가면서까지 답을 드렸었습니다. 그래도 힘든지 전혀 몰랐고, 오히려 그렇게 하고 있는 제 자신이 자랑스럽기까지 했었습니다.
요즈음 언론을 통해 국가기관의 조직적인 선거개입, 증거인멸, 수사축소 등등이 보도되고 있습니다. 헌법상의 대원칙인 무죄추정의 원칙이 있으니, 현재로서는 보도내용이 모두 사실이라고 단정짓기 이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보도내용이 모두 사실이라면...
국가기관이 헌법질서와 민주주의를 유린하는 그런 엄청난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동안, 소소한 행위도 법에 어긋날까 노심초사하셨던 우리나라의 보통사람이 너무나 불쌍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신나게 그분들의 질문에 답변을 올려드렸던 저 자신도 가련해 보입니다. 이 땅에서 살아가시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다시는 상처를 입히지 않기 위해서라도 철저한 진상규명, 엄정한 책임자 처벌, 부당이득의 환수, 확실한 재발방지책의 마련 등 원칙적이고, 정의로운 조치가 반드시, 꼭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 간절합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