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전기요금 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개편 없이는 매년 ‘블랙아웃(대정전)’ 공포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납품비리에 따른 원전 정지로 공급부족 사태가 초래됐지만 전기요금이 석유 값보다 싸 에너지 과소비가 조장된 게 전력난의 근본 원인이라는 것이다.
4일 국제에너지기구(IEA) 국가간 에너지원별 가격 비교 자료에 따르면 에너지 1TOE(석유 1t을 태울 때 발생하는 열량)를 얻는데 한국에선 경유가 1696달러, 전기는 1031달러가 필요했다. 같은 에너지를 만드는데 전기가 석유보다 훨씬 저렴한 것이다. 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은 전기 2029달러, 등유 1348달러였다. 일본의 경우 전기 3034달러, 경유 1369달러로 전기요금이 훨씬
비쌌다.
가천대 에너지IT학과 김창섭 교수는 “원전 고장 등 공급 불안요인도 있지만 전력난의 근본 원인은 전력 소비의 폭발적 증가”라며 “석유, 가스 등 1차 에너지보다 2차 에너지인 전기 요금이 더 낮은 곳은 OECD 국가 중 우리나라가 유일하며 이같은 현상이 전력 소비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쌀 값보다 쌀로 만든 밥 값이 더 싼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같은 ‘역가격’ 현상은 2008년 이후 본격화됐다. 고유가 시대에 돌입했지만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하면서 이같은 현상이 고착화된 것이다. 물론 직접적인 원인은 에너지 세제구조 때문이다. 석유제품에는 50% 가까운 세금이 붙는 반면 전기에는 거의 전력산업기반기금 3.7% 정도의 세금만 부과되고 있다. 문제는 전기요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지면서 전기 사용량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기요금이 상대적으로 싸기 때문에 냉·난방부터 취사까지 전기에너지 용품을 사용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고, 이 때문에 최종 에너지에서 전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 10.8%에서 2011년 19.6%로 커졌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원전 추가 고장, 밀양 송전탑 건설 갈등 등의 예를 들어 에너지 공급 확대 정책으로만 블랙아웃 위기를 벗어날 수 없으며, 소비를 줄이는 중장기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 교수는 “정부가 전기요금이 등유 값보다 싼 비정상적인 상황을 국민들에게 자세히 설명하고 설득시켜 한다”며 “다만 국민들 충격을 고려해 에너지 세제개편을 통해 전기요금은 소폭 인상하고, 유류가격은 소폭 인하하는 정책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개문 냉방 영업으로 경고장을 받은 사업장은 1241곳이었지만 과태료가 부과된 곳은 9곳에 그쳤다. 전력위기를 극복하고자 정부가 시행 중인 에너지 사용제한 조치 위반의 적발률이 극히 낮아 단속의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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