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전남 순천에서 여대생 납치사건이 발생해 용의자 2명 중 1명이 검거됐다.
순천경찰서는 6일 밤 8시50분쯤 전북 전주에서 납치 용의자 A씨(23)를 붙잡아 범행동기와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7일 밝혔다. A씨는 지난 5일 밤 9시쯤 순천 흥내동 한 초등학교 인근에서 여대생 B씨(23)를 납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검거된 A씨는 달아난 공범 C씨와 함께 “군대 간 네 남자친구가 휴가를 나왔으니 이벤트를 하자”고 휴대전화로 꾀어 과거 몇 차례 만났던 B씨를 불러냈다.
A씨와 C씨는 약속장소로 나온 B씨를 위협해 손과 발을 미리 준비한 끈으로 묶는 등 흉악한 납치범으로 돌변했다. B씨는 꼼짝없이 끌려가는 신세가 됐지만 이 때까지만 해도 ‘이벤트’인줄 알았다.
군 복무 중인 남자친구와 동석한 적이 있던 A씨 등이 설마 납치범이라고는 의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자친구와 동갑내기 친구 사이인 이들이 휴가를 나온 친구를 위해 몰래 데려가는 것이라고 짐작한 것이다. 별 의심 없이 A씨의 승용차에 탔던 B씨는 하지만 자신이 실제 ‘납치상황’에 처했다는 사실을 금방 깨달았다. A씨 등은 평소와 달리 욕설 등 험한 말투를 서슴지 않았다.
B씨는 “장난 그만치고 풀어 달라”고 애원했지만 A씨 등은 말을 듣지 않았다. 눈이 안대로 가려진 B씨는 이후 승용차에 실려 납치된 상태로 몇 시간을 끌려 다녔다.
그러다가 6일 새벽 3시5분쯤 순천 연향동 한 공원을 지나던 길에 “배가 아파 화장실에 급히 가야한다”며 여자 공중화장실로 들어가 서둘러 문을 잠갔다. 친구에게 급히 휴대전화를 건 B씨는 다급한 목소리로 자신이 납치됐으니 경찰에 신고해달라고 부탁했다.
B씨가 경찰에 신고했다는 사실을 눈치 챈 A씨 등은 주변을 지나던 시민들의 눈이 두려워 달아났고 B씨는 출동한 경찰관의 보호 속에 기본적인 조사를 받은 뒤 무사히 원룸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B씨의 불운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자신이 금고 속에 있던 보관하던 현금 2300여만 원이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위험천만한 납치 상황에서 자유로워진 것도 잠시일 뿐 B씨는 금고가 털린 피해사실을 경찰에 또 신고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당초 납치가 이뤄진 현장에서 2~3㎞ 떨어진 지점에서 범행에 사용했다가 버리고 간 승용차를 발견했다. 경찰은 승용차 내부에서 A씨의 신분증을 찾아내 연고지에 대한 탐문수사를 벌인 끝에 A씨를 검거했다.
경찰의 차적 조회 결과 문제의 승용차는 렌터가 업체에서 빌린 것으로 A씨는 출동한 경찰을 피해 급히 달아나려다가 신분증이 든 지갑을 빠뜨린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검거된 A씨가 갖고 있던 현금 760만원 등을 증거물로 회수하고 범행 직후 달아난 공범 C씨 등을 추적하고 있다.
경찰은 A씨와 C씨가 B씨를 납치해 끌고 다니는 동안 다른 공범이 원룸에 몰래 들어가 금고를 부수고 현금을 털어갔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당초 일부에서 자작극일 가능성도 제기했으나 군대에 간 친구의 여자친구를 상대로 한 철없는 20대들의 충동적 납치사건으로 굳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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