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조평통 서기국 국장은 장관일까 차관일까

[친절한 쿡기자] 조평통 서기국 국장은 장관일까 차관일까

기사승인 2013-06-12 06:48:01


[친절한 쿡기자]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국장은 장관급일까요, 차관급일까요.

남북한이 7년만에 열기로 한 당국회담이 열리지도 못하고 무산됐습니다. 북한이 자신의 수석대표인 강지영 조평통 서기국 국장과 남측의 수석대표인 김남식 통일부 차관의 급이 맞지 않다고 주장했기 때문인데요.

북한은 “강 국장이 장관급인데, 남측이 차관급 인물을 내세운 것은 도발”이라고 발끈했습니다. 그러나 통일부 당국자는 “조평통 서기국 국장이라는 직위는 권한과 책임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장관급에는 한참 못 미친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라고 말했습니다. 조평통은 현재 위원장이 공석으로 있고, 부위원장이 여러 명 있으며 국장은 직책상 그 하위 직급이라는 것이 우리 정부의 판단입니다.

그런데 말이죠, 조평통 서기국 국장의 위상은 사실상 장관급이라는 견해도 있습니다. 코리아연구원 김창수 연구실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같이 분석했습니다. 김 실장은 11일 저녁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조평통의 수많은 부위원장보다 서기국장이 알짜배기”라며 “강지영 이전 서기국장이던 안경호는 초강성 인물인데 그는 사실 장관급 이상이었다. 강지영은 나이가 그보다 적지만 조평통 서기국장이니 우리 장관급이라해도 무방하다”고 밝혔습니다. 의전상의 지위인 부위원장보다는 조평통을 실질적으로 이끄는 서기국장의 위상이 더 높아 장관급으로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김 실장은 더 나아가 “북한 조평통 서기국장은 과거 장관급 회담에 나온 내각책임참사보다 급이 높다. 오히려 남한이 요구하니 북한이 급을 높여서 나온 것”이라고 북한이 오히려 정성을 보인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남측이 장관급 수석대표로 요구한) 노동당 비서 겸 통전부장은 북한에서 당 소속이고 정부가 아니므로 대남협상에 안 나선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정부의 판단과는 정반대죠.

김 실장만이 아닙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도 한 언론 인터뷰에서 “2007년에 평양에 가보니까 내각책임참사가 당시 안경호 조평통 서기국장에게 보고를 하는데 매우 조심스러워하더라”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서기국장의 위상이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높다는 거죠. 그러고보니 옛 소련에서는 국가원수였던 고르바초프나 스탈린이 ‘서기장’이라는 직책을 가졌었네요.

과거 남북 장관급 회담에서 남측의 통일부 장관 파트너였던 북한의 내각책임참사가 서기국 국장이 아니라 부국장을 대동하고 나오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내각책임참사가 장관급이라면, 서기국 부국장은 차관급쯤으로 북한이 본다는 거죠. 그렇다면 서기국 국장은 최소한 장관급과 차관급 사이에 있는 지위 쯤 되겠네요.

실제로 1999년 6월과 2005년 5월 열린 남북 차관급 회담에서는 조평통 서기국 부국장이 우리 측 통일부 차관을 상대했습니다. 부국장이 차관급이라면, 그보다 상급 지위인 국장은 장관급으로 계산될 수도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과거 장관급회담에서 남측의 통일부 장관 파트너였던 북한의 내각책임참사가 서기국장 정도에 해당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습니다. 만약 이런 분석이 맞다면, 우리 정부가 강지영 조평통 서기국 국장을 ‘차관급’이라며 통일부 차관을 내세운 것은 큰 결례를 한 셈이 됩니다.

물론 정반대의 견해도 있어요.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연합뉴스에 “북한이 수석대표로 내세운 조평통 서기국 국장의 위상은 우리 통일부 장관보다 3∼4단계 격이 낮기 때문에 남북관계를 전반적으로 푸는데 맞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지난주 실무접촉을 할 때 북한에서 “조평통 서기국 국장이 북한의 수석대표로 나와도 장관급”이라고 예고를 했습니다. 그때도 우리 정부는 “조평통 서기국 국장은 차관급 아니냐”라며 안된다고 했습니다.

이런 사실을 감안하면, 11일 대표단 명단을 교환할 때 우리가 통일부 차관을 수석대표로 내세운 것은 북한에서 서기국 국장이 수석대표로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우리도 회담을 무산시키기보다는 차관급으로라도 대화를 이어가려고 애썼던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회담 명칭을 ‘당국회담’으로 하자는 북한의 제의를 수용한 것도 이같은 대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런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북한이 11일 “급이 맞지 않다”며 대표단 파견을 보류시킨 것은 속터지는 행동으로 보일수 있습니다. 유 교수는 “북한이 미중 정상회담에서 기대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상황에서 의도적으로 남북회담을 결렬시키려는 의도가 있었을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청와대 관계자가 “남북간 당국자 회담에서는 처음부터 과거에 해왔던 것처럼 상대에게 존중 대신 굴종과 굴욕을 강요하는 행태로 하는 것은 발전적인 남북관계를 위해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 것도 이같은 판단이 바탕이 됐겠죠.

만약 남북한이 모두 회담을 제대로 하려고 했다면, 조평통 서기국 국장이라는 자리를 둘러싼 정반대의 평가 혹은 오해 때문에 회담이 이뤄지지 못한 셈입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트위터에 쓴 글에서, 북한 입장에선 김양건(노동당 통전부장)은 1.5급인데 남측은 김양건을 1.0급으로 보고, 북한은 강지영 국장을 1.0급이라 하는데 남측은 강지영을 0.5급으로 봤다며 “남과 북이 김양건과 강지영에 대해 0.5의 시차를 보이는 현상”이라고 정리하기도 했습니다.

결론. 그렇다면 조평통 서기국 국장은 장관급일까요, 차관급일까요. 어리석은 답일지 모르겠지만, 둘 다일수 있습니다. 때로는 진실이 2개인 경우가 있지요. 정답은 하나뿐이라는 생각을 극복하고 좀 더 유연한 생각을 가지는 것도 분단을 극복하는 일이 아닐까요? 남북이 똑같은 말을 쓰긴 하지만, 서로가 일하는 방식은 분단 60년동안 그만큼 달라져 있었던 것이 회담을 무산시킨 것으로 보입니다. 서로 대화의지가 너무 강했던 것이 문제라고 본다면, 어쩌면 문제는 어렵지 않게 풀릴수도 있지 않을까요. 남북한이 서로 배우고 이해해야 할 일이 참 많네요.

이 기사에 덧붙인 사진은, 2006년 4월에 북한을 방문한 남측 가톨릭 대표단을 만나고 있는 강지영 당시 북한 조선가톨릭교협회 강지영 부위원장의 모습입니다. 사진 왼쪽이 강지영씨입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

국민일보 쿠키뉴스의 뉴스룸 트위터, 친절한 쿡기자 ☞ twitter.com/@kukinewsroom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
김지방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