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정희의 스몰토크]朴 대통령의 반대에도 신당동 '박정희기념공원'을 조성해야 하는 이유

[전정희의 스몰토크]朴 대통령의 반대에도 신당동 '박정희기념공원'을 조성해야 하는 이유

기사승인 2013-06-14 10:43:01

[친절한 쿡기자 - 전정희의 스몰토크] 서울 혜화동로터리에서 서울과학고 방향으로 100여m 정도 가면 등록문화재 357호 ‘장면가옥’이 도로 왼쪽에 자리하고 있다. 1937년 건립된 이 가옥은 제2공화국 총리를 지낸 장면(1899~1966)이 서거할 때까지 살았던 곳이다. 제2공화국은 내각책임제 정권이었으므로 총리는 대통령과 같은 권한을 갖는다. 장 총리는 박정희의 5·16쿠데타에 의해 실각했다.

쿠데타 소식을 이 집에서 듣고, 부랴부랴 피신한 곳이 혜화동로터리 혜화동성당이다. 이 성당에서는 지금 학습지 업체 ‘재능교육’ 해고노동자들이 첨탑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실 이 가옥은 몇 해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단독 주택이었다. 필자가 서울 혜화초등학교를 졸업했는데 등록문화재로 지정되기 전까지 이 가옥이 장면 전 총리의 집이었다는 것을 몰랐다. 표지판 하나 없어 그저 학교 가는 길옆의 주택에 불과했다.

‘장면가옥’은 지난 19일 리모델링을 마치고 관용과 화해의 리더십을 보여준 장 전 총리의 추모공간으로 되살아났다. 혜화동로터리 버스정류장을 지나는 버스는 ‘장면가옥’이라고 안내 방송을 한다. 이제 ‘장면가옥’은 건너편 혜화동 한옥청사와 함께 지역 문화재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등록문화재는 중앙정부(문화재청)가 지정한다. 그리고 지역자치단체 등이 소유주에 예산을 지원해 오늘의 근대건축물이 보존된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네에서 등록문화재를 볼 수 있는 것은 우리 사회의 문화적 성숙도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얘기다.

한데 서울 중구 신당동 ‘박정희 전 대통령 가옥’ 일대 기념공원 조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가옥은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 가족이 1958년부터 1961년 8월까지 살았다. 쿠데타에 성공 후에는 청와대로 갔다. 그리고 79년 박 전 대통령 서거 후 유족이 살았다. 이 집에서 쿠데타를 계획하고 지휘했다. 지하 1층, 지상 1층의 목조건축물이다. 이 건물 주변이 이미 높은 건물이 포위했다. 고층 아파트라도 세워지면 꼼짝 없이 갇히는 꼴이 된다.

박정희 가옥, 아파트 광풍과 재건축 열기에도 살아남은게 용하다

박정희 가옥은 2008년 등록문화재로 지정되기 전까지 이렇다할 관리가 이뤄지지 않았다. 소유단체인 재단법인 육영수여사기념사업회가 알아서 유지했을 뿐이다. 등록문화재법은 지정 건축물에 대해 보존을 강제할 수 있는 조항이 없다. 따라서 소유자가 얼마든지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근대건축물 소유자는 등록문화재로 지정될 기미가 보이면 번거롭다며 헐어버리는 경우도 생긴다. 서울 중구 옛 스카라극장이 그랬다.

한국현대사의 굵직한 인물인 박정희 주거 가옥이 헐리지 않고 원형 그대로 남아 있었던 것은 행운이다. 70~80년대 개발시대와 2000년 이후 재건축 열풍 속에서도 굳건했다. 장면 가옥도 마찬가지다.

최근 중구청은 286억원의 예산을 들여 박정희 가옥 주변 건물 5동을 사들여 이를 헐고 ‘박정희공원’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0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반대 의사를 보였다. “국가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국민 세금으로 기념공원을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 한마디에 기념공원 조성 문제가 이슈가 됐다. 최창식 중구청장은 그럼에도 “문화적 가치를 전달하는데 유익하다”며 강행 의지를 밝혔다. 중구청이 예산 확보를 위해 서울시에 재정 투·융자 심사를 요청했는데 서울시가 “타당성이 없다”고 반려했다고 한다. 국비, 서울시비 등이 확보되지 않고 중구청 예산으로만 사업을 추진하기엔 불가능한 모양이다.

그러나 ‘6·25 직후 한국현대사는 곧 박정희’라는 역사적 사실에 근거해 볼 때 신당동 박정희기념공원 조성은 폐기할 사항이 아니라고 본다. 복원도 아닌 실재(實在)하는 건축물이고, 한국사의 이정표가 된 사건 현장이므로 ‘문화콘텐츠’로 키워야 된다고 본다.

역사적 맥락도, 유의미한 유물·유적도 없는 걸 가지고 ‘신화’를 만들어 가는 박정희 관련 여타 기념 조형물이나 기념관보다 백배 실증적이다.

앞서 언급한 장면 가옥 주변을 사들여 기념공원을 조성한다면 이는 실리적이지 못하다. 이는 세금 낭비일 수 있다. 그러나 박정희는 다르다. 그 평가가 어찌됐든 그는 한국현대사의 산맥이다. 그를 찾는 이들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따라서 있는 그대로 후대가 배워야할 인물임에 틀림없다.

신당동 가옥 가장 살아 있는 '박정희 텍스트', 기념공원 조성 문화콘텐츠로 이해해야

박정희 전 생애에 걸쳐 신당동 박정희 가옥만큼 의미 부여를 할 수 있는 곳은 없다. 박정희 평전의 랜드마크가 될 정도로 스토리텔링이 가장 강한 곳이다.

이 문화재에 생기를 불어 넣으려면 건축물을 중심으로 한 주차장과 휴식 공간이 마련되어야 한다. 녹지 및 공원이 부족한 신당동의 지역 특성상으로도 공원 확보가 필요하다고 본다.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적이다. 대통령의 그러한 지적은 전체적 흐름상 맞다. 대통령으로서, 딸로서 국민과 공직자들에게 자세를 보여 준 것이다.

문제는 이를 해석하는 정치적 이해타산이다. 인물에 대한 평가, 여와 야, 중앙정부와 지자체, 보수와 진보 등 묘한 정치 공학이 개입되면서 헝클어졌다. 박근혜 대통령의 반응을 ‘지시’로 해석하고 대통령의 손가락만 바라보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건 후대를 위해 ‘문화를 쌓는 일’이다. 설령 당장 조성하기 어렵더라도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전정희 선임기자 jhjeon@kmib.co.kr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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