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제비 출신 27세 탈북녀 시집냈다…동남아 전전하며 이메일로 보내와

꽃제비 출신 27세 탈북녀 시집냈다…동남아 전전하며 이메일로 보내와

기사승인 2013-06-16 11:43:01


[쿠키 문화] 북한을 탈출해 현재 동남아에 머물고 있는 탈북 20대 여성이 시집 ‘꽃제비의 소원’(글마당 간)을 16일 출간했다. 꽃제비는 북한의 장마당(시장)에서 유리걸식하며 살아가는 아이들을 말한다.

꽃제비 출신의 이 여성은 10여년 전 북한을 탈출해 중국 등을 떠돌다 최근 동남아 한 국가에 살며 남한으로 들어오기 위해 힘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여성은 백이무(27)라는 필명으로 출간했다. 북한의 실상과 탈북자로서의 생활 등을 시 언어로 표현한 110편이 실렸다.

출판사 측에 따르면 백씨는 함북 길주 출신으로 부모가 모두 사망한 후 장마당 등을 떠돌다 10대 때 두만강을 건너 중국으로 탈출했다고 밝혔다. 백씨는 인민학교(초등학교)와 중학 시절 전국학생소년글짓기대회에서 여섯차례 수상 경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백씨는 출판사에 보낸 이메일을 통해 “조선(북한)에서 시 공부를 좀 했고 중국에서 조선문 시집을 구해서 많이 읽었다”며 “중국 조선족 분의 따님이 련애(연애)하는 남자친구의 아버지가 시인이라 그 집의 서재에 있는 조선문 시집을 얻어 읽었다”고 밝혔다. 그가 시집을 한국에서 낼 수 있었던 것은 한 선교사가 문학적 재능을 알아봤기 때문이다.

백씨의 시에는 1990년대 300만명이 굶어죽었다는 ‘고난의 행군’ 등 북한의 사회 및 정치 격변을 드러내고 있다.

‘스스로 제집 식구 시신을/차마 먹을 수가 없어서/그래서 머리 좋은 한 사람이/드디어 생각해 낸 좋은 방식/앞마을 굶어죽은 늙은이와/뒷마을 얼어 죽은 늙은이를/서로 바꿔치기 해 먹었다는 이야기/…오늘은 더 자극적 폭발 뉴스/굶어죽은 꽃제비 각을 뜯어/개고기로 속여 팔다 들통한 사람/그 죄인 끌어다 총살한다나?’(‘최후의 몸부림’ 중에서)

‘아빠엄마 모두 다 굶어죽고/꽃제비인 나도 단박 죽게 된 땅//지옥이 따로 없어요/우리에겐 여기가 바로 지옥이예요//굶주린 꽃제비가 욱실대는/온 나라가 그대로 지옥인 땅…’(‘지옥’ 중에서)

110여편 대개가 굶어죽는 꽃제비에 대한 연민, 가족에 대한 그리움, 북한 체제에 대한 원망 등이 담겼다.

한편 탈북자 시집은 2008년 김일성종합대 출신이었던 장진성씨가 펴낸 ‘내 딸을 백원에 팝니다’가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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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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