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1691억원짜리 인텔리전트 빌딩이 전력난 때문에 ‘찜질방’으로 변할 우려가 커가고 있다. 통유리 외벽의 전북도청사 얘기다.
마른장마가 계속되는 요즘 최악의 전력 위기 탓에 전북도 공무원들은 ‘푹푹 찌는’ 날씨에 고달픈 시간을 보내고 있다.
24일 전북도에 따르면 원격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냉방기는 올 들어 하루도 켜진 날이 없다. 예년 같으면 6월 중순부터 가동됐었다. 복도의 전등은 90% 가량 꺼져 있다. 비라도 내리는 날엔 어두컴컴해 분위기가 음산하다.
2005년 지어진 전북도청사는 18층의 본관과 체육관을 거느린 첨단 빌딩이다. 그러나 청사외벽 70% 이상이 통유리여서 에너지 효율면에서 빵점 수준이다. 2009년 공무원 1명당 에너지소비율 전국 1위 지자체 청사란 불명예를 얻은 바 있다.
도청사 각 사무실에는 이달 들어 선풍기가 잇따라 들어왔다. 직원 1200여명이 선풍기를 각각 틀어도 전력 소비량이 냉방기 20분의 1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보고 도가 반입을 허용했다. ‘더운 바람’을 일으키는 선풍기는 이미 1000대가 넘는다.
화재 시 연기 배출을 위해 자동으로 열리는 배연창(排煙窓)도 개방됐다. 배연창은 일반창과 달리 하늘을 향해 열리는 구조여서 마른장마인 요즘 더운 김을 빼는 유일한 배출구가 되고 있다.
도는 지난주 김완주 지사 주재로 회의를 갖고 여름철(7~8월) 전력 사용량을 전년대비 15% 절감키로 결정했다. 냉방기는 7월 하루 2시간, 8월 2시간30분간씩만 가동할 예정이다. 더욱이 위기관리 5단계 중 3단계(주의)가 발령되면 이마저 중단할 예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력은 7∼8월 ‘주의’를 넘어 ‘경계’ ‘심각’ 단계를 넘나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르면 다음 주부터 승강기 11대 중 절반 이상을 운행 중단시킬 계획이다. 도는 경유로 돌리는 비상발전기(1200㎾ 용량)도 점검하고 나섰다.
한여름이 오기도 전인데도 직원들 사이엔 볼멘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꼭대기층 근무자들은 “전망은 최고였지만 평상시에도 승강기 이용이 어려웠는데 자칫 18층까지 걸어 다니게 생겼다”며 한숨을 쉬었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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