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 없는 행복주택, 곳곳 암초…보금자리주택 전철 밟나

'행복'이 없는 행복주택, 곳곳 암초…보금자리주택 전철 밟나

기사승인 2013-07-01 16:3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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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경제]박근혜 정부의 대표 주택정책인 ‘행복주택’. 철도부지와 도심 유휴부지에 20만 가구의 장기 임대주택을 지어 신혼부부·사회초년생·장애인에게 우선 배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7개 시범지구가 선정된 후 지역주민이 크게 반발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부랴부랴 정부가 대안을 내놓았지만 시범지구를 둘러싼 갈등이 예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행복주택이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 보금자리주택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주민 찬반 나뉜 행복주택=건설 계획 발표 당시 행복주택은 ‘로또 임대’라는 말이 돌았다. 이명박 정부 당시 강남권 보금자리주택이 ‘로또 아파트’로 불렸던 것에 빗댄 것이다.

대부분의 임대주택이 수도권 외곽에 들어서는 것과 달리 행복주택은 도심 내 초역세권인 데다 임대료도 주변 시세보다 낮게 책정되기 때문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책정하는 임대료 기준은 영구임대와 매입·전세임대의 경우 주변 시세의 70% 이하, 국민임대는 55~83%인 반면 행복주택은 주변 시세의 50~60%로 예상된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5월 말 7개 행복주택 시범지구를 발표했을 때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시범지구 중 서울 오류동과 경기도 안산시 고잔동 등은 주거환경 개선과 거주 인구 증가로 상권은 물론 일대 부동산시장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일었다.

리얼투데이 양지영 팀장은 1일 “오류지구 등은 저층 단독주택 밀집지역으로 행복주택이 들어설 경우 역 인근 개발에 따른 주변 환경 개선으로 인구가 유입되고 매매 및 임대 수요가 증가해 부동산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상류층과 민간 임대사업자가 밀집해 있는 목동 지역과 강남권(송파·잠실지구) 주민들은
행복주택이 들어서는 것에 강하게 반발했다. 주민의견 수렴을 위해 지난달 열렸던 공청회도 성난 주민들의 반발로 파행을 빚었다. 해당 지역 지자체 역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목동행복주택 건립 반대 주민비상대책위원회 측은 “일구 밀도가 높아 교통·주차난이 심각한데 임대주택 2800가구가 더 들어오면 기존 주민의 주거복지를 심각하게 침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부는 양천구 주민들을 집단 이기주의로 매도하고 있지만 목동 유수지는 양천구 지역의 관문으로 이곳에 행복주택을 건립하는 것은 마치 서울시청 앞 광장에 행복주택을 건립하는 것과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 지역에선 학군이 좋은 목동에 임대주택이 대거 들어서면 교육 여건과 생활수준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서울 공릉지구 주민들도 행복주택 예정지가 공원 조성 예정지였다며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강행한다면 행정소송도 불사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고 있다. 잠실 지구 등도 매매 수요 위축을 우려하고 있다.

◇행복주택 제2의 보금자리주택되나=국토교통부는 반발이 계속되자 앞으로 행복주택 후보지를 정부가 일방적으로 지정하지 않고 지자체가 요청한 곳을 우선적으로 지정하는 ‘제안형 방식’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 공약사항이라는 이유로 해당지역 주민이나 지자체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서둘러 일방적으로 지정한 것을 시인한 셈이다.

지금까지 신도시·보금자리주택지구 등 공공택지 개발은 정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개발주체가 직접 후보지를 결정하고 추후 지자체의 동의를 얻는 방법으로 추진됐다.

국토부는 올해 10월쯤 발표할 2차 후보지 지정부터 지자체 제안 방식을 도입하기로 하고 조만간 지자체를 대상으로 설명회도 가질 예정이다. 국토부는 행복주택에 대한 지역 이기주의 현상을 차단하기 위해 행복주택을 건설하는 지자체에는 별도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행복주택이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주택의 판박이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도심 외곽 그린벨트를 풀어 싼 아파트를 공급하겠다던 보금자리주택 정책은 32만 가구 공급이라는 목표와 달리 10만여 가구에 그쳤다. 기존 주민들의 반대를 피해 남은 부지를 찾는 일은 쉽지 않아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주민 반대가 심해 2~3년 착공이 연기될 경우 정권 후반기에는 추진할 여력조차 잃어 사업 자체가 흐지부지 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서울 오류동 등 주민이 찬성하는 지역부터 먼저 시행하고, 서울 목동 등 주민이 반대하는 지역은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



한장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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