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정희의 스몰토크]"선수끼리 왜 이래?" 김을동 의원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의 전말보고서"

"[전정희의 스몰토크]"선수끼리 왜 이래?" 김을동 의원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의 전말보고서"

기사승인 2013-07-09 10:08:01
[친절한 쿡기자 - 전정희의 스몰토크] ‘위인전’이란 남다른 부모에게서 태어나 특별한 시련을 겪는다는 내용이겠지요. 뛰어나고 훌륭한 사람의 업적과 삶을 적은 글이고요.

김을동 새누리당 의원의 할아버지 김좌진(1889~1930·항일운동가) 장군은 위인입니다. 김을동 의원의 아들인 탤런트 송일국에겐 외증조인 셈입니다. 1930년 3월 17일자 조선일보 보도에 의하면 김좌진의 아들로 알려진 김두한(1918~1972)은 김좌진의 ‘애첩 김계월(당시 26세)’에게서 태어났다고 합니다. 고아나 다름없이 자란 두한은 서울 종로의 깡패였다가 반공운동을 열심히 해 제6대 국회의원까지 됩니다.

그 딸이 김을동 의원, 김 의원의 아들인 송일국은 외손자입니다. 그것이 김을동 의원의 가계도입니다.

김좌진-김두한-김을동-송일국으로 이어지는 가계도

1990년대 도올 김용옥이 “김두한은 부모를 모르는 고아이며, 김두한이 김좌진 아들이라는 픽션과는 전혀 무관한 것”이라며 “단언컨대 김좌진의 신화는 일제하의 김두한의 성장과는 전혀 무관하다”라는 내용의 글을 한 잡지에 게재한 것이 2011년 인터넷 등을 통해 퍼져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역사교과서에서 배운 김좌진 장군은 만주 청산리 전투를 통해 일본군 3300명을 섬멸한 독립운동가입니다.

그 딸 김을동 의원은 현재 ‘사단법인 백야김좌진장군기념사업회’ 이사장이기도 합니다. 이 사업회는 1999년부터 김 장군의 항일운동 전적지 등을 배경으로 독립선열을 기리는 행사를 이어가고 있죠.

그런데 이 사업회가 지난 3~7일 여·야 의원 17명과 재계·학계 인사 70여명으로 ‘2013 대한민국 제19대 국회의원 및 사회지도층 항일전적지 탐방단’을 구성해 중국 동북3성을 다녀왔습니다.

참석자는 새누리당 정희수 권성동 조해진 홍일표 김동완 김동태 김태흠 민병주 박대동 손인춘 안덕수 윤명희 이강후 이상일 이현재 의원이고, 민주당에선 김재윤 의원입니다. 6월 국회회기가 끝나자마자 출발했지요.

김을동 의원, 의원 17명과 기업인 50여명 데리고 할아버지 숭모 행사 진행

행사를 주관한 김을동 의원 측은 “선열들의 발자취를 탐방함으로써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고취하고 항일 독립 업적을 기리기 위한 행사”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렇다면 한 나라 국회의원 17명이 대거 이동하는데 의전 등에 소요되는 경비 등은 누가 댔을까요? 총 3억원의 비용 중 정부가 사업회에 지원한 예산 그리고 그 절반은 삼성생명, 현대자동차 KT SK텔레콤 등 기업 후원을 받았습니다. 장태용 마사회장, 신용섭 EBS 사장, 강석희 CJ E&M 대표, 이청휴 현대자동차 이사, 정승인 롯데백화점 전무, 박형일 LG유플러스 상무 등은 직접 의원들과 함께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기업 측은 김을동 의원 요청에 의해 참석했다고 합니다. 이재현 회장 구속으로 그룹이 위기에 빠진 CJ그룹 현직 대표이사의 참석도 눈에 뜁니다. 이런 행사니 당연히 의원들은 한 푼도 내지 않았습니다. 한 의원은 “기념사업회가 비용을 부담하는 줄 알았지, 기업 협찬이 있는 줄은 몰랐다”고 합니다. “선수끼리 왜 이러십니까”하는 농담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정부·기업돈으로 다녀오고 “우리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 왔다”

이런 상황을 딱히 뭐라 할 수도 없습니다. 위인을 기리기 위한 정치인과 기업인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라고 의미를 둘 밖에요. 뭐 바빠서 그러겠지만, 이 중대한 행사(?)를 치렀는데도 기념사업회 홈페이지에는 이와 관련된 언급이 단 한 줄도 없습니다. ‘오른 손이 하는 일을 왼손 모르게’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인 모양입니다.

‘그들만의 리그’는 이렇게 아무 문제없이 마무리됐습니다. 그 행사에서 다져진 정치인과 기업인의 친목은 나라 발전에 도움이 될 걸로 믿습니다.

다만 좀 더 투명하게 나랏돈을 쓰고, 대가를 바라지 않는 기업 후원이 되도록 바라는 거지요. 아무리 “우리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 왔다”하고 소리쳐도 국민은 “선수끼리 왜 이래”라고 반응합니다. 국민의 눈과 귀는 막을 수 있어도 감각을 통제할 순 없죠.

참, 아이들에게 위인전 읽힐 때 주의시킬 요소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가 엮은 역경은 과장하고, 자기에게 닥친 행운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위인전을 곧이곧대로 믿게 해 아이들을 좌절시키지 말라는 얘기죠. 단, 김좌진 장군은 위인 맞습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
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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