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논란의 진원지는 말레이시아 주재 초대 바티칸 대사인 요셉 마리노 대주교다. 17일 AFP통신에 따르면 마리노 대주교는 지난 1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말레이어 성경에 하나님을 ‘알라’로 표기하는 것이 논리적이고 허용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슬람 단체들이 내정 간섭이라며 마리노 대주교의 추방을 요구하는 등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에 아니파 아만 외교장관은 16일 마리노 대주교를 불러 종교적으로 민감한 문제에 주의해줄 것을 촉구했다. 마리노 대주교는 아만 장관을 만난 뒤 “이 나라 내정에 간섭할 의도가 전혀 없었다”며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말레이시아에선 2010년 쿠알라룸푸르 고등법원이 비이슬람교인도 알라 호칭을 사용할 권리가 있다고 판결한 이후 일부 교회가 화염병 공격을 받는 등 종교 간 갈등이 촉발됐다. 현지 기독교계는 오래전부터 말레이어 성경에 하나님을 알라로 표기해왔다. 알라는 신을 뜻하는 ‘일라흐(il?h)’에 정관사 ‘알(al)’이 붙은 ‘알일라흐’에서 유래했기 때문에 다른 신에게도 쓸 수 있다는 것이 현지 기독교계를 비롯한 비이슬람 세력의 주장이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인구의 60%를 차지하는 이슬람교계는 자기네 유일신에만 알라 호칭을 쓸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3년 전 재판에선 비이슬람 세력이 이겼지만 이슬람교계의 반발로 현재 항소법원에서 재판이 계속 진행 중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