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살 가출소녀의 분노 “이 나이에 결혼하느니 자살하겠다”

11살 가출소녀의 분노 “이 나이에 결혼하느니 자살하겠다”

기사승인 2013-07-23 10:56:01

[쿠키 지구촌] “이렇게 억지로 날 시집보낸다면 죽어버릴 거야!”

예멘의 11살 소녀가 조혼(早婚) 악습에 대한 분노를 토해내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퍼져 세계인의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23일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이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나다 알 아흐달이란 이름의 앳된 소녀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사는 예멘인과 강제로 약혼했다. 나다의 부모가 돈 때문에 어린 딸을 팔아넘긴 것이다. 신랑이 약속한 돈을 다 주지 않아 결혼식이 연기되던 중에 나다의 삼촌이 나다를 데리고 집을 나왔다. 삼촌은 “결혼 소식에 경악했고 조카가 앞날을 망치도록 내버려둘 수 없었다”고 말했다.

부모로부터 도망친 나다는 차 안에서 촬영한 동영상을 통해 자신의 사연을 격앙된 목소리로 전했다. 나다는 “그들(부모와 신랑을 지칭하는 듯)은 동정심도 없나? 이 나이에 강제로 결혼하느니 죽는 게 낫다”며 “이렇게 억지로 날 시집보낸다면 자살하겠다”고 말했다. 또 “난 팔리기를 기다리는 상품이 아니다”면서 부모를 향해 “난 당신들과 끝났다. 당신들은 내 꿈을 짓밟았다”고 외쳤다.

나다는 “나뿐만 아니라 어떤 아이들도 강제 조혼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지금도 많은 아이들이 바다로 자신의 몸을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의 피해 사례가 특수한 것이 아니라 예멘에 만연한 악습임을 꼬집은 것이다.

2010년 예멘 보건사회부 조사에 따르면 15세 이전에 결혼한 여성이 전체 여성의 4분의 1을 넘었다. 예멘 정부는 한때 결혼 연령 하한선을 15세로 정한 적이 있으나 1990년대 들어 의회가 이 법을 폐기했다. 예멘에는 신부가 어릴수록 순종적이고 아이를 많이 낳는다는 부족사회 시절 믿음이 아직도 남아있다. 또 딸을 팔아서라도 가난을 벗어나려는 하층민들의 의식도 조혼 악습을 유지시키는 동력 중의 하나다. 2010년 9월엔 12살 소녀 산모가 사흘간 진통을 겪다가 끝내 숨지는 사건이 일어나 현지 인권단체들이 문제를 제기했지만 이후에도 달라진 것은 없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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