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유치 물 건너 가나

2019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유치 물 건너 가나

기사승인 2013-07-23 20:28:01
[쿠키 스포츠] 정부가 2019세계수영선수권대회의 재정지원 철회의사를 굽히지 않아 우여곡절 끝에 유치에 성공한 이 대회가 제대로 개최될 수 있을지 벌써부터 국·내외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의 재정지원이 없을 경우 세계수영선수권대회유치위원회(이하 유치위)가 치열한 경쟁을 거쳐 따낸 유치권을 국제수영연맹(FINA)에 반납하거나 대회가 무산되는 최악의 상황이 우려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3일 “대회 유치과정에서 드러난 유치위의 ‘정부 보증서 위조’를 엄중한 범죄행위로 규정한다”며 “정부 차원의 재정지원을 하지 않기로 공식 결정했다”고 재확인했다.

지자체의 과도한 국제스포츠대회 유치경쟁을 막고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정부의 재정지원 부담을 덜기 위해 관계법령의 개정도 추진하겠다는 설명이다.

문체부의 재정불가 방침에는 그릇된 방법을 통해 유치권을 획득한 국제대회에는 혈세를 한 푼도 지원할 수 없다는 도덕적 배경도 깔려 있다.

반면 유치위는 정부의 재정지원 없는 대회개최는 아직 6년이라는 긴 시간이 남은 만큼 논의할 필요조차
느끼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유치위 공동위원장인 강운태 광주시장은 이날 “정부의 지원 없는 대회개최는 전제하지 않고 있다”고 못 박았다. 유치위는 앞서 지난해 10월 정부 승인을 받을 당시 세계수영선수권대회 개최에 653억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중 경기장 보수 등에 필요한 55억원을 국비로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유치위는 그동안 쌓인 오해를 풀고 정부를 설득해 재정지원을 이끌어낸다는 방침이지만 구체적 언급은 자제하고 있다.

이와 관련, 문체부 노태강 체육국장은 “세계수영대회의 지명도가 높아 광주시가 마케팅을 강화하면 55억원의 재정지원이 없더라도 충분히 대회를 치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 국장은 “정부는 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담보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현실적 여건은 매우 다르다.

유치과정에서 적시한 예산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 대회 개최에는 실제 최소한 2~4배의 예산이 투입되는 사례가 수두룩했기 때문이다. 실제 2011대구세계육상대회의 경우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에 유치 신청서를 제출할 당시 856억원이 예산이 명시됐다. 그렇지만 유치가 확정된 후 막상 대회를 치를 때까지 4배가 넘는 3572억원의 예산이 들어갔다. 이중 국비는 1737억원이다.

2014인천아시안게임 역시 당초 정부 승인단계에서는 9400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후 유치신청서 제출단계에서 1조420억원으로 늘었다가 현재는 2조2905억으로 대회예산이 불어난 상황이다.

광주시와 유치위가 2019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이어 한번의 실패 끝에 유치를 이끌어낸 2015하계유니버시아드(U대회)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 대학생들의 스포츠 제전으로 평가받는 U대회는 정부 승인 단계에서는 4358억원이 산출됐다. 그러다가 2010년 재정계획 수립 때 7581억원으로 늘어났다가 올 들어 8600억여 원으로 다시 상향 조정돼 단계적으로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이 중에는 국제경기 진행을 위한 경기장과 훈련시설의 신설 및 개·보수는 물론 운영비 확보도 적지 않다. 하지만 그보다는 막대한 재정투입이 불가피한 경기장 진입도로 개설·확장 사업비 등의 비중이 급증해 예산은 수시로 증액되고 있다.

따라서 광주시가 정부 보증서 위조 논란에도 불구하고 온갖 정성을 들여 대회 유치에 성공한 2019세계수영선수권도 향후 수천억 원 규모의 대회로 몸집이 커질 공산이 매우 크다.

이에 비해 광주시의 재정사정은 긍정적이지 않다. U대회에 이어 세계수영대회를 연거푸 유치하는 성과를 올렸지만 광주시는 어려운 재정형편으로 국내 대도시 가운데 항상 재정자립도가 꼴찌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도 7개 특별·광역시 중 41% 수준의 재정자립도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아니나 다를까. 강운태 광주시장도 22일 문체부의 재정지원 불가 방침 등에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갖는 자리에서 당초 653억원으로 승인 받은 대회예산을 1000억원 수준으로 수정 발표해 이 같은 추론을 뒷받침했다.

문체부가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언급한 현행 보조금 관리법에는 지자체가 국제대회를 치를 경우 경기장은 30%, 도로는 50%, 운영비는 30%를 국고에서 각각 지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광주시 김준영 체육진흥과장은 이와 관련, “2019세계수영선수권대회는 U대회의 기존시설을 최대한 재활용하는 ‘저비용 고효율’의 대회로 치르겠지만 정부의 재정지원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구세계육상대회 등 다른 국제대회의 절반 이하의 예산으로 대회를 개최하겠으나 재정지원 없는 세계수영대회 개최는 ‘사상누각’이라는 것이다.

김 과장은 내년 6월까지 수영대회를 주관하는 FINA 측에 기본운영계획과 준비상황을 보고해야 하기 때문에 그 때까지 정부와 광주시의 입장조율을 마쳐야 한다고 밝혔다.

결국 문체부와 광주시가 이견을 좁히지 못해 정부의 재정지원이 전혀 이뤄지지 않으면 세계수영대회는 ‘반쪽 대회’로 전락하거나 무산될 개연성이 점쳐지고 있다.

앞으로 대회를 주관하는 FINA 집행부의 까다로운 사전 실사가 수차례 예정돼 선수촌과 경기시설 등에서 기준에 충족되지 않으면 대회의 개최권이 원천 무효화될 수도 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정부의 재정지원이 철회되면 대회흥행이 어렵고 국제적 망신까지 사게 될 것”이라며 “문체부와 광주시가 소모적 감정대립에 몰두해 책임만 서로 추궁할 것이 아니라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짜내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광주=국민일보 쿠키뉴스 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장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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