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넨 뒤 축사를 시작한 오바마 대통령은 ‘잊혀진 전쟁’으로 불린 한국전 참전용사들의 귀환 모습을 실감나게 묘사했다.
그는 “(한국전 귀환 용사들은) 2차대전처럼 미국을 활기차게 만들지 못했다. 환영 퍼레이드를 하며 귀향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베트남전쟁처럼 나라를 찢어놓지도 않았다. 전쟁에 지친 많은 미국인들은 한국전쟁을 잊어버리고 싶어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참전용사들은 집에 돌아오자마자 군복을 벗고 일하러 갔다. 그것이 전부였다”고 덧붙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러나 낙동강 방어선, 장진호 전투, 펀치볼, 단장의 능선, 폭찹힐 전투 등 주요 격전지 사례를 들어가며 한국전 참전 군인들의 용기와 희생을 감동적으로 묘사했다. 그는 “근대역사상 가장 잔인한 전투의 하나로 평가되는 한국전에서, 종종 수적으로 밀리고 군사력도 열세인 상황에서, 우리 군인들이 어떻게 낙동강 방어선(Pusan Parameter)을 지켰는지를 생각해보라. 또 어떻게 인천상륙작전을 감행해 전황을 역전시켰는지를, 어떻게 적에 포위되고 살을 에는 듯한 추위가 엄습하는 상황 속에서 장진호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는지를 들어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전에는 불굴의 인간정신도 있었고 희망도 있었다며 임신한 부인이 보내온 작은 아기부츠 한쌍을 소총에 매달고 전장을 누빈 리처드 생크(84) 소위의 사례를 들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참전 용사들의 희생은 결국 헛되지 않다며 자유 민주주의를 만끽하는 5000만 한국인이 바로 한국전에서 승리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전협정이 서명된 날, 일부 사람들은 군인들의 희생이 아무 의미가 없었다고 주장했고 ‘비기기 위해 죽어야 했나’고 표현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제는 확신을 갖고 말할 수 있다면서 “이 전쟁은 무승부가 아니었으며 한국의 승리였다. 5000만의 한국인들이 누리는 자유, 활발한 민주주의,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경제는 승리였으며 한국의 유업”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한국의 안보에 대한 미국의 약속이 결코 약화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아시아·태평양지역에 걸친 우리의 동맹이 지난 60년간 한국에서 확인된 것처럼 평화와 안보, 번영을 위한 세력으로 존속할 것이라는 점을 인식할 때 그것은 승리”라고 말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